대형마트 입점 지역별 사전심의제 신설 필요
국내 유통 소매시장이 사실상 대형마트에 잠식당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대형마트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고통받는 납품업체부터 상권을 빼앗긴 소상공인들, 그리고 미끼상품에 속고 있는 소비자까지 대형마트의 횡포아닌 횡포를 막을 방법은 정말 없는걸까?
유통업계와 소비자단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대형마트 문제의 해법을 찾아본다.
■ 소상공인을 위한 전문유통상가 설립
유통업계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문제는 바로 영세상인들의 고객 편의 무시다. 다양한 상품이 한 곳에 몰려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마트와 달리 재래시장과 영세상권은 몇가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수십미터에서 수백미터를 이동해야 한다. 이미 대형마트 올인원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선택이 대형마트로 기울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소상공인들의 유통전문상가 설립을 제안한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처럼 영세상인들이 주축이 된 대형매장 설립을 통해 대형마트와 서비스, 가격 경쟁을 벌인다면 생산자와 가까운 영세상인들에게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 이성호씨는 “자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매장을 잘게 쪼개 많은 업체를 입점시키고 협회나 조합 등 투자자를 유치한다면 소상공인들도 얼마든지 대형 쇼핑몰 건립이 가능하다”며 “시장 수준의 가격 경쟁력에 현대화된 종합쇼핑공간이라면 대형마트와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 의식 개선과 대형유통업체의 윤리경영 필요
SSM과 대형마트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될 때마다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그룹이 있다. 바로 대형마트의 고객, 소비자다. 영세상인들과 아무런 이익관계가 없고, 좋은 시설에서 싼 가격에 쇼핑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SSM 관련법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 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영세상인을 말살해 국내 유통시장의 불균형을 키운다는 점은 인식하지 못한다.
소상공인 유통전문상가 건립 등 서비스·가격 경쟁 자구책 강구
‘시장 불균형’ 소비자 의식 전환 대형유통업체 ‘윤리경영’ 필요
미끼상품에 넘어가 필요없는 상품을 충동구매하는 소비패턴 역시 소비자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인 소비자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이같은 소비패턴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영세상인들이 자구노력을 기울여도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이 영세상인과 그 가족들 역시 소비자라는 인식을 갖고, 기업 이미지 관리에 보다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완기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영세상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대형유통업체들의 기업 윤리 실천이 우선돼야 한다”며 “똑똑한 소비자와 윤리적인 유통업체가 조화를 이룰 때 영세상인과 대형유통업체, 소비자 간의 상생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마트·SSM 신규입점 지역 심의제도 신설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무분별하게 들어선 대형할인마트와 SSM이 골목상권을 초토화시켰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6월 유통법 개정으로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재래시장 인근 1㎞내에 대형할인마트와 SSM이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조례 제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현재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운영되는 SSM 사전조정 심의위원회를 지역별로 확대해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구성, SSM이나 대형할인마트 입점시 이를 심의토록 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의 유통법과 상생법으로는 어차피 1㎞내 입점밖에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심의과정을 통해 입점 여부를 결정해 소상공인들의 반발이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도내 한 재래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현재 SSM 사전조정제도는 소상공인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지역내 심의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