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성공스토리-김의엽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연합회장
“특별한 성공 비결이 있겠습니까. 그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거죠.”
지난 2002년 경기도전세버스연합회이사장에 선출된 이후 10년째 연합회를 이끌면서 지난 2007년부터 전국 전세버스연합 회장직까지 수행하게 된 김의엽 이사장. 그는 화성과 수원, 제주도 지역을 아우르는 전국 최대 규모의 운송업체를 보유한 ‘성공 CEO’다.
하지만 수원시 권선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의엽 이사장의 첫인상은 ‘성공한 CEO’라기 보다는 ‘넉넉하고 인심 좋은 아저씨’에 가까웠다. 악수를 청하는 두툼하고 거친 손에서는 수 십 년의 운전으로 쌓은 내공이 느껴졌고 구수하게 씩 웃어 보이는 미소에서는 베테랑 운전기사의 포스가 흘러나왔다.
관광버스와 택시, 렌터카 등 200여대의 차량을 보유한 어엿한 운수업체 대표이자 전국 전세버스조합 이사장을 10년째 역임하고 있는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라 하기에는 다소 의외의 인상.
지금은 ‘버스업계의 신화’라 불릴 정도의 성공을 일궈낸 김 이사장이지만 이사장의 처음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트럭 1대로 소금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하면서부터 운수업과 인연을 맺게 됐다’는 말로 그의 성공 스토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지난 1952년 화성 남양에 위치한 잡화점 집의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이사장은 1976년 군대에서 전역한 이후, 트럭 1대로 남양의 특산물인 소금 운반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부인 홍정민씨(57)와 함께 월세 3만원 짜리 사글세 방에서 생활하며 사업가의 꿈을 키우던 김 이사장은 지난 78년, 5대의 버스를 마련하면서 본격적으로 운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김 이사장은 운수업을 시작한 이후 이른 새벽에서부터 늦은 밤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일했지만 성공의 길은 그리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정부의 개발계획 변경으로 일부 버스노선이 폐쇄되면서 사업을 시작한 지 채 2년도 안 돼 부도를 맞게 된 것이다. 김 이사장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는 표현을 빌려 부도 당시의 심정을 회상했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사업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부도가 나니 가장 먼저 사글세 방에서 생활하던 아내와 아들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죽을 뻔한 일이 떠오르더군요. 첫째 아들의 돌잔치조차 챙겨주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는데 부도라는 가혹한 결과가 오다 보니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참담한 결과였지만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후 김 이사장은 화성 남영과 수원 일대를 오가면서 닥치는 대로 트럭이나 택시 운송 일을 하며 재기를 다짐했다. 그 시절 옮겨 다닌 사글세 방만도 14곳에 이른다고 하니 그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할 만하다.
“평생 흘릴 눈물을 그때 흘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 한 고생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김 이사장은 운수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인 지난 8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하게 된다.
이후 현대자동차에서 10년간 일을 하면서 인맥을 형성해 나가던 김 이사장은 입사 10년 만인 지난 95년, 푼푼이 저축한 돈을 기반으로 10대의 버스를 마련, 현대관광주식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재기에 나서게 된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출퇴근 운행 버스 운행과 일선 학교의 소풍, 수학여행 차량 운행을 도맡아 하게 되면서 회사는 점차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성공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인맥’을 꼽았다.
김 이사장은 “9년간 운수업에 종사했던 시절과 현대자동차 근무 시에 쌓은 인맥이 없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사교적인 성격이다 보니 많은 사람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쌓은 인맥들이 다시 시작한 사업에 큰 도움을 줬고요”
김 이사장은 자신을 믿고 일을 맡겨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 열심히 일했다.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직원들과 함께 운전하며 일하다 보니 회사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잠을 자야 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새벽 3시에 일어나 일일이 기사들을 깨우며 열심히 일할 것을 독려했고 가끔 여유가 생길 때면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직원들의 고충에 귀 기울였다. 그 결과 일은 갈수록 늘어났고 사업 역시 점차 커져갔다.
“한 회사의 리더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같이 기름 밥을 먹는 직원들과 부딪히며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직원들이 저를 열심히 따라줬고 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번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사업적 성공을 거둔 김 이사장은 지난 2002년 경기도 전세버스 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이후 김 이사장은 사업에서 터득한 ‘솔선수범’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선진 교통문화 확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캠페인과 사고다발업체에 대한 안전방문 교육, 학생 단체수송 안전점검, 사고다발구역에 대한 시설 개선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통사고를 크게 줄이는 데 이바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안전벨트 착용 생활화를 통한 선진 교통문화를 확립과 대열운전 근절을 통한 대형 교통사고 예방, 노사근무여건 개선 및 경영정상화 등은 김 이사장이 재임기간 이뤄낸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05년 전국 전세버스조합 회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김 이사장은 지난 2007년 3월 전국 전세버스 조합 회장에 당선되게 된다.
이후 지난해 3월 전국 전세버스조합 회장직을 재임하게 된 김 이사장은 전세버스의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업을 통해 거둔 성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김 이사장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운수업에 종사하면서 느꼈던 불편과 불합리한 부분들을 바꿔나간다는 의지와 사명감으로 회장직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운수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에 대한 해결을 통해 버스업계의 이미지를 높여 지역사회에 공헌할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박민수 기자 kiry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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