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이지만 '소장파' 사람을 바라보는 '참보수'

<커버스토리>만나고 싶었습니다 -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한 배우 김여진의 방송출연금지 처분은 촌스러운 일”,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진퇴를 걸면 안 된다”, “4대강과 같은 토목사업은 자제해야 한다”

얼핏 들으면 야권의 정치인이나 진보진영 인사의 발언 같지만 이는 모두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근 쏟아낸 말들이다.

‘차라리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가라’는 비아냥도 가끔 듣지만 남 최고위원은 자신의 쓴소리들도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타고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에서 태어났고 한나라당으로 정치생활을 마감하고 싶다”는 남경필. ‘소장파’, ‘쇄신파’로 불리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거쳐 최고위원에 입성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변해야할 세 가지…정책, 사람, 행동양식

남 최고위원은 도대체 뭐가 그리 불만이기에 자신이 몸담은 당에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는 걸까.

 

남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와 금융위기도 극복하고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도 높아졌다. 외교안보로 봐도 한미동맹이 지금처럼 탄탄한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 최고위원이 생각하는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정책, 사람, 행동양식.

“‘국민성공시대’를 약속했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대기업 성공시대’가 됐다. 고소영 인사 등 ‘사람’ 쓰는 법도 잘못됐다. 18대 공천도 얼마나 엉망이었나. 또 국회에서 걸핏하면 몸싸움 등 힘으로 밀어붙이는 등 행동양식도 문제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 국민들은 이제 한나라당이 무슨 얘기를 해도 믿지 않고 듣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이 속한 당과 정부가 국민들에게 외면당하는 현실을 심각히 받아들여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고위원에 ‘턱걸이’로 입성한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서도 그는 “딱 내 현실인 것 같다”며 “개인 역량의 한계이기도 하고 한나라당 쇄신파의 조직적 역량도 그 수준이었던 것”이라고 자신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편으로는 최고위원 중 계파의 도움없이 독자적으로 일관된 목소리를 내온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며 “그런 면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본다”고 스스로를 평가하기도 했다.

 

남 최고위원에게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큰 과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과제를 풀어나감과 동시에 최고위원으로서는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다지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수원시민과 경기도민을 위한 현안사업을 이끌어내는데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남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책무는 총선”이라며 “최대의 격전지가 될 경기도에서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좋은 인물을 공천해 승리를 이끌어내야 전국에서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팔달구청, 성곽 내 이전 뒷바침

최근 수원시는 팔달구청을 화성 성곽내로 이전, 내년에 착공에 들어가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남 최고위원의 역할이 매우 컸다.

 

당초 수원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공약은 구청을 구천동으로 옮기는 것이었고 민주당은 행궁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남 최고위원은 선거결과, 시민들이 민주당 염태영 시장을 선택한 만큼 공약이 실행될 수 있도록 당을 떠나 적극 협조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수원시를 위해 최대한 국비를 많이 끌어오는 것”이라며 “지난해 수원시 국회의원들과 함께 시에 가져온 국비가 3천350억원에 달한다”고 귀뜸했다.

 

덕분에 남 최고의원의 사무실은 수원시 예산담당 공무원들의 전진기지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같이 그가 수원시 예산 확보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장 국비가 확보되어야만 수원시가 별도의 가용예산을 만들어 팔달구청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의 노력이 팔달구청을 짓는 데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화성 주변 주민들이 생활상, 재산상으로 오랫동안 고통 받고 있는 것이 항상 마음의 빚이자 자신의 책무로 남아있다.

 

이에 화성과 그 주변지역을 국제적인 문화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세계문화유산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화성을 포함한 문화유산 보존지역 지원비로 220억을 확보했지만 아직 투자개발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광부 장관과 문화재청장, 여야 의원들을 설득해 조금이라도 빨리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명함이 교차하는 가족 생각

 

가족 이야기를 꺼내자 금세 그의 표정이 온화해진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남 최고위원에게 가족은 더없이 특별한 존재다.

 

미국유학 중 급작스레 닥친 아버지(고 남평우 의원)의 죽음은 그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

 

지금도 그는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개조해 사무실로 쓰고 있다.

 

위원장실에는 신혼방의 추억이, 회의실에는 아버지의 기억이, 사무국장실에는 할머니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처럼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이기에 얼마 전 불거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은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는 “나에 대한 공격은 얼마든지 감수하겠지만 가족에 대한 음해와 공작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며 “요즘 영화 ‘대부’를 다시 봤는데 어렸을 때 봤던 느낌이 확 다르더라. ‘적은 항상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노린다. 사랑하지 말든지 사랑한다면 반드시 지켜라’라는 대사가 참 와 닿아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그가 깨달은 점은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야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가족에 좀 더 많은 정성과 관심을 쏟겠다’고 다짐한 남 최고위원은 얼마 전 차세대 지도자 교류 차 중국을 방문해 그곳에서 유학중인 아들을 만나 여자친구부터 유럽 배낭여행 얘기까지 그야말로 아버지로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돌아왔다며 미소지었다.

꿈을 향해

 

그렇다면 최고위원 다음의 꿈은 무엇일까. “경기도지사의 꿈은 접었나”라는 질문에 남 최고위원은 “아니다, 모든 길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정치철학과 큰 방향은 정해 놓되 정치 이벤트와 스케줄은 절대 미리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결국은 사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배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이명박 대통령의 성장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며 “이제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우리는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정의로운 사회라는 신뢰를 심어줘야 하고 노력만 한다면 최소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국가발전 패러다임이자 이를 통해 국민이 행복하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것이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 길로 가기 위해서라면 도지사의 길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길까지 모두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인지 요즘 그의 정치활동은 눈높이를 맞추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런 그의 모습은 즐겨 부르는 애창곡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경로당이나 어르신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를 흥겹게 부른다. 이른바 7080세대를 만나면 최성수의 ‘기쁜 우리 사랑은’이나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로 분위기를 띄운다. 젊은층과 함께 한 자리에서는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를 부르며 함께 호흡한다.

 

4선 중진이면서도 대표적인 소장파로 분류되는 이유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모든 굴레를 벗고 서민에게 다간선 모습이기도 하다.

 

“수도권 젊은이들과 중도 세력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나의 역할이고 거기에 남경필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남 최고위원은 오늘도 그가 바라는 세상을 꿈꾸며 수원과 서울을 숨가쁘게 오가고 있다.

 

대담=정일형 정치부장

정리=구예리기자 yell@ekgib.com

사진_하태황기자 hath@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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