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성명준씨 외조부 “갈 때 준 용돈 그대로 남아"

“갈 때 용돈하라고 줬던 5천원 지폐 두장이 쓰지도 않고 젖은 채로 지갑에 그대로 있더라고요.”

 

산사태로 숨진 故 성명준씨(20·생명화학공학부)의 빈소가 차려진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성씨의 외할아버지 박용로씨(68)는 외손자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박씨는 “우리 외손자는 어렸을 때부터 마음이 워낙 착해 정이 많던 아이”라며 “어렸을때 눈이 좋지 않아 치료받으러 매일 서울 강남까지 갔는데 가는 지하철역을 순서대로 다 외울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고 떠올렸다.

 

지금 고교 2학년인 여동생까지 성씨 남매를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4~5년 동안 맡아 길렀다는 박씨는 올초 입학금 500여만원 전액을 건네 주고 정장 한벌을 사줄 정도로 외손자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다.

 

인하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한 아버지를 따라 인하대에 들어가 장래에 의사가 되겠다던 손자의 죽음은 박씨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박씨는 “지난 27일 오후 3시께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갑자기 둘째딸과 다른 가족들이 힘없이 데리러 와 청심환부터 먹으라더라”며 “무슨 일인가 싶어 차 안을 보는데 아이 동생인 손녀가 타고 있어 사고가 났구나 싶긴 했는데 설마 손자에게 무슨 일이 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씨 마음을 아프게 한 건 죽은 손자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던 지갑 속에 들어있던 용돈 만원.

탐구하고 발명하는 게 재미있다며 동아리에 들어간 손자는 실랑이 끝에 어머니가 한사코 건넨 돈 만원을 군것질지 않고 캠프가 끝날 때까지도 지갑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박씨는 “그 젖은 만원을 보는 어머니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냐”며 “나도 그 지갑을 보는데 그땐 정말 아이가 생각이 나 기절할 뻔 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8일 어버이날 같이 식사하면서 대학생활이 재미있다고 얘기를 나눈 게 마지막이라는 박씨는 “고학년이었으면 2층에서 잤을텐데”라는 말을 입에 머금으며, 손자를 쉽게 보내지 못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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