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탄저병까지…흉작 고추농가 '울고 싶어라'

엎친 장마 덮친 바이러스·탄저병 피해 확산

“고추가 평년에 비해 적게 열렸는데 장마에 바이러스, 탄저병까지 이어지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0일 화성시 장안면에서 1만3천여㎡ 규모의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최모씨(60)는 죽은 고춧대와 누렇게 변해버린 순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비탈진 밭에 넓게 펼쳐진 고추밭에는 군데군데 고추들이 죽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저지대쪽은 거의 몰살에 가까울 정도로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또 비닐하우스마저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피해를 입어 최씨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최씨는 “고추 주산지의 피해가 심각해서인지 살아남은 고추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우리도 물량이 적어 큰일”이라며 “이대로라면 가을 고춧가루 판매 성수기에는 가격 상승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전망했다.

 

이웃 윤모씨(67) 농가는 지대가 낮은 660㎡의 고추밭 중 60%의 고추가 죽었고, 그나마 살아남은 고추는 탄저병이 시작돼 타들어 가는 듯한 반점을 보이는 고추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또 인근의 안모씨(71)는 오랜 기간 비가 내린 이후 시들어 죽은 고추나무들을 살펴본 결과,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1천주를 일찌감치 뽑아버린 상태다. 모종을 사서 시비를 하고 인력과 자본을 투입했던 안씨는 소득이 날아가버린 셈이다.

 

이처럼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된 가운데 도내 농가들이 또다른 걱정에 시름하고 있다.

 

봄부터 일조량이 부족해 평년에 비해 30% 이상 열매가 맺지 않은 상태에서 긴 장마로 고추가 아예 죽어버리거나 바이러스에 걸린데다 장맛비가 온 후에 번지기 시작하는 역병과 탄저병까지 일면서 고추밭마다 죽은 고춧대들이 즐비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장마가 끝나고 나면 매년 탄저병이 기승을 부려 관련 피해를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큰 피해는 없지만 전염성이 강한 만큼 농가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