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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公, 7개 시·군 윽박지르지마라
오피니언 목요칼럼

水公, 7개 시·군 윽박지르지마라

김종구 논설위원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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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봉이 김선달이란다. 수자원 공사는 ‘물 먹고 돈 안 내는 사람들이 봉이 김선달’이라고 하고, 그 사람들은 ‘규제해 놓고 물값까지 다 받아챙기는 수자원공사가 봉이 김선달’이라고 한다. 팔당수계 7개 시군과 수자원공사의 물값 전쟁이다.

 

이미 최후 통첩은 시장 군수 앞으로 날아갔다. ‘내달까지 밀린 물값 모두 내라’고 통고됐다. 안 내면 강제집행에 들어갈 기세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야 간단하다. 물 먹었으면 물값 내야한다. 광주시장, 용인시장, 남양주 시장, 이천시장, 양평군수, 가평군수는 지금 위법한 떼쓰기를 하고 있다. 밀린 물값만 135억원이고 소멸시효가 코앞이다. 수자원공사로서는 마지막 수를 던질만 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설명하는 수자원공사의 입장이 틀렸다. 팔당댐의 시설관리자는 수자원공사가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이다. 지금 7개 시군이 요구하는 주민지원사업, 수질개선사업은 댐 관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책임이라는 논리다. 또 7개 시군만 물값을 빼 줄 경우 타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는 주장도 한다.

 

물값 전쟁의 심각성 인식해야

 

철저한 기관이기주의고 기관편의주의다.

 

형평성 얘기를 왜 수자원공사가 꺼내나. 7개 시군 주민에게 ‘물’은 반 백년 맺힌 한이다. 수도권 주민이 먹을 물 때문에 반 백년을 숨 못 쉬며 살았다. 가축 한 마리 맘 놓고 풀어놓지 못했다. 건물 한 귀퉁이 고치려 해도 허가받고 검사받아야 했다. 툭하면 경을 쳤고 툭하면 전과자가 됐다.

 

형평성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다른 지역 주민들처럼 맘 편히 살게 해달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규제는 규제대로 받고, 물값은 물값대로 내는 황당한 억울함. 이걸 개선하는 게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주민에게가 아니라, 주민이 수자원공사에게 따질 문제다.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책임을 넘기려는 것도 치사한 논리다. 주민들이 볼때 물값은 포괄행정이다. 규제로 인한 고통, 물값 납부의 부당성, 모두 하나의 문제다. 서로 떼어놓고 보면 안된다. ‘우리는 돈만 받아내면 된다. 따질 것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가라’는 황당한 배짱은 이런 잘못된 생각이 있어서 나오는 거다.

 

수자원공사 따로 놀고, 한국수력원자력 따로 놀면서 정부는 쏙 빠져 있고…. 이건 차라리 작전이다. 애초에 7개 시군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작전이다. 경찰에서의 권역타령, 행정에서의 담당 타령은 전형적인 기관편의주의다. 그런 걸 지금 대한민국 수자원공사가 하고 있다.

 

물론 물값 전쟁은 위법이다. 위법을 잘한다고 부추길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이 왜 이런 무모한 위법 투쟁을 벌이는지에 대한 고민은 있어야 한다.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 한다. 원인과 정도를 알아야 그에 맞는 대책이 나오는 거다.

 

상수도관 틀어막기라도 할건가

규제해소와 보상요구가 어디 어제 오늘의 얘긴가. 수십년짜리 민원이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누구 하나 나서 해결방안을 만들겠다는 사람도 없다. 그저 ’그곳에서 태어난 당신들의 운명을 탓하라’는 식으로 무시하고 외면했다. 그래서 나온 고육지책이 이번 물값전쟁이다.

 

수자원공사 사장명의의 경고장 하나로 윽박질러 끝날 일이 아니다. ‘어이쿠 잘못했습니다. 당장 납부하겠습니다’라며 물러날 거면 이 지경에 오지도 않았다.

 

뭘 하겠다는 건가. 어떤 강제집행을 하겠다는 건가. 시 예산 가압류하고 시 재산 가처분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시장 몇 명을 감옥에라도 넣겠다는 건가. 그도 아니면 주민들 먹을 상수도관을 틀어막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경고장 흔들며 겁주지 마라. 안 그래도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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