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연못 관곡지

연잎에 맺힌 물 향기처럼, 자두 밭을 지나 온 바람 내음처럼, 여름 시냇가를 횡단하는 뭉게구름처럼. 관곡지에 와서 쫒던 시간의 행로를 놓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조선의 농학자 강희맹이 중국 남경의 전당지에서 연꽃 씨를 채취해와 이곳에 처음 심었다고 한다. 지금 관곡지 일대는 백로가 날고 각종 연꽃이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다. 하얀 원피스에 양산을 쓴 로코코풍의 여인들이 천천히 유람하고, 채양 모자를 쓴 화인들은 수련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연잎 속에 돋아난 청초한 백련과 활짝 갠 푸른 하늘이 대비를 이룬다. 근처의 야산에 잠든 강희맹과 강희안 형제의 묘소는 치적에 걸맞게 사후에 더욱 권위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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