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나무, 상주 상현리 반송

천연기념물 293호인 이 노거수는 잔디밭에 널따란 주차장까지 거느려, 보는 순간 압도감이 온 몸을 떨게 했다. 심전에 담기엔 벅차고 스케치조차 난해한 신수(神樹)의 화두는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 자신을 멸시한 내게 주는 훈육이다. 안내한 친구가 터미널까지 마중 나왔다. 경희네 대폿집에서 부추전에 이름 난 은자골 막걸리 한잔 나눈다. 가지런하고 꽉 찬 녹색 부추에 밀가루를 얇게 입혀 선명한 향을 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이다. 곡차 향이 안면을 붉게 태울 때 이별을 강요하는 버스에 오른다. 티베트 고산족처럼 검붉은 몰골의 친구가 손을 흔든다. 홀로 농부가 된 녀석, 오늘은 왠지 그도 나도 슬프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