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 안성 제이케이퍼니처
어음 안 받고 현찰만 거래하는 회사가 있다. 그 회사 대표는 골프도 안 치고 양주도 안 마신다. 대기업을 상대로 술 접대 등 로비도 안 한다. 참 편하게 경영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는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안성시 대덕면 진현리에 소재한 ‘제이케이퍼니처(주)’(재경가구)다.
제이케이퍼니처는 ‘안 하는 것’이 많은 가구 제조 업체로 유명하다. 사무용 가구업계의 선두주자인 (주)퍼시스, (주)일룸을 비롯해 매트리스 및 침대 전문업체인 에이스침대, 인테리어 디자인가구 쿤 디자인 등 소위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업체에 전량 납품하는 회사지만 경영방식은 특별한 비법(?)이 없다. 오히려 단순하고 고지식하다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
박재준 대표이사(47)는 “직원을 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표로서 안 해야 할 것 들이 몇가지 있는데 소신껏 지켜오다 보니 경영지표가 ‘맑음’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한다. 박 대표의 말을 빌자면 회사 경영 잘해서 흑자내고, 직원들 월급 많이 주고, 복지 빵빵(?)하게 해주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하게 버린 것이다.
폐교 활용해 직원전용 수련원 마련해 무료 개방
박 대표는 요즘 강원도를 왔다갔다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유를 묻자 “직원 복지 차원에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강원도 횡성이 고향인 박 대표는 지난 3월, 자신의 모교가 폐교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바로 고향으로 달려갔다. 그는 모교도 살리면서 빈 폐교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결론은 생각보다 쉽게 났다. 수련원을 짓기로 한 것. 먼저 운동장엔 천연잔디를 깔고, 마굿간 짓고 통나무로 식당도 만들었다. 어느새 직원들과 고향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 했다.
“올 여름에 직원들이 강원도에서 돈 걱정없이 휴가를 보내게 될 겁니다. 가서 삼겹살도 구어 먹고 게임도 하고. 당초 계획했던 돈 보다 추가 비용이 더 들었지만 그래도 다 직원들 위한 거라 아깝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술 마시고 골프 치러 다닐 새가 있겠는가. 그의 딸이 골프선수인 점을 감안하면 자식사랑 보다 직원사랑이 더 깊은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종무식 때 직원 자녀들에게 용돈을 주고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 성과금을 주고 직원들에게 로또까지 사서 챙겨주는 박 대표의 직원사랑은 시간·장소를 불문하고 현재 진행형이다.
간혹 ‘회사 대표가 너무 작은 것(?)에 신경쓰는 거 아냐’라고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회사 경영성적표를 확인해보면 의문은 금새 사라진다. 제이케이퍼니처는 지난 2009년 32억원, 2010년 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당초 목표했던 50억원 달성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말단 사원에서 사장까지…12년간 가구쟁이로 살다
박 대표가 직원들을 끔찍하게 여기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강원도 산골짜기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88년 군 제대 후 형이 운영하는 가구 공장(남양주시 오남면 양지리)에 취직했다. 24살 청년이었던 그는 이후 12년 동안 한눈 팔지 않고 목재가루를 마셔가며 가구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 그리고 2000년, 형에게서 독립해 남양주시에 가구공장을 차렸다. 12년만에 사장이 된 것. 그 후 2004년 안성에 새둥지를 틀었고 이제껏 적자를 낸 적이 없는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당시 형한테 월급 24만원 받고 일 했었어요. 형님과 띠동갑이어서 아버지처럼 모시고 묵묵히 일하다 보니 어느새 저도 반전문가가 돼 있더라구요. 한창 놀기좋을 나이에 밑바닥부터 가구를 배우고 만들면 보낸 시간이 지금 회사를 경영하는데 가장 큰 밑천이 아니가 싶어요.(하하) 지난 2004년 매출액이 7천만 원 이었는데 올 상반기 50억원이면 나름 열심히 산 거 맞죠?”
박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외국 업체의 벤치마킹을 비롯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판단, 안성시 공도읍 불당리에 디자인연구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연구소도 물론 폐교를 활용했다.
“아마 경기도에서 가장 바쁜 폐교가 바로 우리 디자인연구소가 아닐까 싶어요. 회사도 살고 지역도 살기 위해 만든 디자인연구소에서 제이케이퍼니처의 모든 핵심 기술과 노하우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디자인연구소까지 갖추고 있지만 정작 박 대표는 연구소에서 지내는 시간이 별로 없다.
“회사야 직원들이 운영하는 거죠. 대표로서 핵심기술과 제품 도안이나 연구는 정말 중요한 작업이죠. 저는 주로 밤에 디자인 연구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새로 생긴 다리(교량)가 있으면 다리 밑에 가서 몇시간씩 앉아 있어요. 안전성과 미적요소를 두루 겸비한 교량을 통해 여러가지 제품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얻죠. 오늘 너무 많은 것을 공개하네요.”
제이케이퍼니처는 지난 2009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비 순정효황후가 사용한 침대 복원 작업에 이학수 이사와 인기경 부장이 참여해 대외적으로 탄탄한 인적풀과 기술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안성 ‘홍 반장’…새터민 정착·청소년 선도 앞장
박 대표의 경영철학은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봉사를 아끼지 않는 것. 그래서 대외활동이 잦다. 안성 지역 곳곳에 박 대표의 손길이 미치치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는 현재 안성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 위원장, 학교운영위원장, 안성시체육회 상임이사 등을 맡아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터민들의 안정적 사회정착을 위해 소파 등 생활가구를 지원하고 청소년들을 위해 컴퓨터를 비롯한 생필품 등을 전달하며 청소년 선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대학생 딸과 고교생 아들을 두고 있는 아버지로서 지역 청소년 선도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아들, 딸을 위해 아버지로서 시작한 지역 봉사가 이제는 제 인생의 활력소가 됐다”는 박 대표는 “주어진 나머지 인생은 사업으로 남긴 이윤과 열정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그것이 아버지로서 자식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저희 집은 육남매에요. 그 중 네명이 가구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가구패밀리로 형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가구업을 천직으로 삼고 있는데 가구를 통해 이웃과 나누며 사는 게 제 희망사항입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죠.”
직원들을 위해 절약하고, 절제하는 박 대표의 모습에서 제이케이퍼니처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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