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계 100대 대학 꿈꾼다"

경기초대석-안재환 아주대 총장

아주대학교는 지난 2008년 ‘아주비전2023’ 비전선포를 했다.

 

오는 2023년, 개교5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3단계로 나눠 액션플랜을 세웠는데 그 중 하나가 2013년까지 국내 Top10 대학으로 재진입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아주대학교는 1년 여 간 공석이었던 총장 자리에 안재환 교수(60)가 14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학교 내부적으로 잡음도 많았고 총장선출에 있어서 논의도 있었지만, 안 총장의 선임 이후 여러 가지 호재가 겹치며 안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국민 영웅 석해균 삼호쥬얼리호 선장을 살린 이국종 교수로 인해 아주대학교병원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고, 올해 대학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ACE사업에도 선정돼 앞으로 4년간 120억원의 지원금도 보장받게 됐다.

 

경기도에 본교를 두고 있는 도내 최고의 대학이라 자부하는 아주대학교 안재환 총장을 만나봤다.

-총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아주대의 장기발전 계획은.

‘융합학문을 선도하는 세계수준의 대학’이 아주대의 장기발전 비전이다. ‘아주비전2023’ 비전 선포를 할 때 발표한 내용으로 당시 대학원장으로 재직하며 비전수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데다 신임 총장으로서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있다. 

 

경계가 무너져가는 시대에 융합은 실용을 극대화시키는 도구다. 휴대폰이 전화만 가능하던 기능은 이미 끝났다. 휴대폰에 전화, 우편, 카메라, TV, 영화, 음악 등 얼마나 많은 기능이 들어와 있는가. 이것이 융합인 것이다.

 

대학의 학문도 기초와 응용이 합쳐질 수 있고, 본질이 다르다고 인식해왔던 각자의 학문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학문을 만들어낸다. 실용을 위해서 치열하게 연구하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내야 한다. 다행히 아주대학교는 한 캠퍼스 내에 공대, 경영대, 인문대 외에도 의대와 약대가 같이 있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선도할 융합학문 개발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학교의 이념중 하나인 ‘실사구시’란 말이 융합학문으로 만개하게 만들겠다.

 

현재 아주대학교에 설치된 대표적인 융합학문으로 미디어학부(게임,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학과, 금융공학 등이 있다. 미디어학부와 문화콘텐츠 전공은 인문계와 자연계를 융합시킨 소위 ‘통섭’ 학문으로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BK21 대형 연구단인 대학원 나노메디신 사업단, 대학원 에너지시스템 사업단 및 최근에 선정된 교육과학기술부 World Class University 사업에 선정된 대학원 금융공학과도 대표적인 융합학문이다.

-학교를 이끌어가는 기본 방향은.

세 가지 학교경영 기본방향을 가지고 있다. 먼저, 최대한 원칙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원칙 안에서 혁신과 변화를 일구려 한다. 변화에는 갈등이 초래될 수 있는데, 그래서 둘째는 소통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통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셋째로, 총장의 권리는 위임받은 권리이므로 겸손을 잃지 않겠다. 이 세 가지 기본 방향이 총장 개인은 물론 학교 구성원 모두가 주어진 책무를 이행하는 좌표가 됐으면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소통’ 이다. 아주대학교 내부에 이미 여러 단과대학, 연구소, 센터, 학생, 교수, 직원 등 수많은 기관과 구성원이 있다. 총장은 이들 기관과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가장 현명한 길로 가자고 조정하는 사람이다. 똑똑한 사람이 많아서 분란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이들의 지혜와 힘을 합쳐 웅장하고 힘 있게, 올바르게 가고자 한다. 구성원 모두가 혼자는 약하지만 함께하면 강하다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

 

이러한 소통 원칙은 실제로 취임식 직후부터 부단히 이뤄지고 있다. 각 단과대학장, 주임교수들과 학교 발전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협조를 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취임 이후 벌써 10여 차례 이상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일반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심지어 우연히 잔디밭을 지나가다 벤치에 앉아있던 학생들의 요청에 의해 한참을 어울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또 예전부터 계속 해 온 ‘총장빵’ 행사와 2천명의 신입생 학부모를 캠퍼스로 직접 초청해 교육과정을 직접 설명하고 교수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신입생 학부모 캠퍼스 방문의 날’,  수백명의 학생들과 맥주를 손에 들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비어파티’ 등을 통해서도 친밀한 소통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국종 교수로 인해 아주대홍보가 많이 되었다고 하는데.

국민영웅 석해균 선장으로 인해 주치의를 맡은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학교병원 중증외상센터가 널리 알려졌다. 특히 아주대학교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돈과는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열악한 시스템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된 것이다. 병원수익에 도움도 되지 않고, 중증외상 환자를 전담할 외상외과 전공 의사 수가 적은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국내 대학병원 대부분이 실질적인 중증외상센터가 없다.

 

하지만 아주대학교병원은 10년 이상 중증외상 환자를 돌봐 왔다. 이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매년 10억여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이국종 교수와 같은 인재가 나올 수 있었고, 천명이 넘는 외상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최근 ACE사업 선정이란 결과를 이끌어 냈다. 아주대 ACE사업을 간단히 소개하면.

아주대는 오래전부터 ‘교육’이란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사업선정을 위해 무리한 제도개편이 아니라 ‘교육’이란 대학의 본질적 가치를 위해 묵묵히 준비해왔던 결과물이 바로 ACE사업 선정인 것이다.

 

학부제 전면도입, 복수학위제 도입, 전과/전공 선택 기회 무제한 부여, 강의평가제, 교수업적평가제 그리고 One-stop서비스센터 등은 아주대가 가지고 있는 ‘국내 최초’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이며 학부교육 선진화를 위해 그동안 거둔 성과물이다.

 

아주대의 ACE사업명은 ‘다산(茶山)형 인재 양성을 위한 학부교육의 선진화’이다. 다산형 인재 양성을 통해 학부교육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산은 정약용 선생을 말하며 다산형 인재란 실사구시를 실천하는 융복합창조인을 말한다.

 

이번 학부교육 선진화 사업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기초교육대학을 통한 학부시절 의사소통 교육과 수준별 기초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전공진입 평가를 충족하는 학생을 전공에 보내는 것과, 학제간 연계가 강화된 융복합 교양교육과정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지금까지 실시해온 강의 평가제를 보완하는 교수 다면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사업선정이 마침표는 아니다. 아주대의 교육에 대한 여건과 역량에 대한 인정을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을 뿐이다. 앞으로 학부교육 선진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주대가 지역과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는데.

세계 유명 도시들에는 반드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대학이 있다. 뉴욕, 동경, 런던, 베이징 등의 도시에는 모두가 알고 있고 명망 있는 대표 대학이 있다. 수원에는 아주대학교가 있다. 아주대는 수원, 경기도에서 제일 수준 높은 대학이므로 여기에 맞게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모색할 생각이다.

 

아주대학교가 지역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을 간단히 소개하면, 먼저 아주대학교병원이다. 2010년도 외래환자 중 89%가 경기도 주민이고 이중 수원 및 수원 인근 주민이 47%으로 지역 주민과의 교감을 갖고 있다.

 

또 '중소기업법무센터' 및 ‘중소기업인력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주대 로스쿨이 경기도 유일의 로스쿨로 선정됐고, 중소기업법무에 특화되어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중소기업법무센터는 아주대가 로스쿨 운영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교수진이 지역의 중소기업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개소한 기관이다. 무료로 민사, 상사, 형사, 조세, 노동, 지적재산권, 국제거래, 중국투자 등 중소기업과 관련한 법률문제 전반에 관해 전공분야별 교수들이 전담해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고 있다.

경우에 따라 법률의견서, 계약서, 소송서류 등의 서면작성과 소송비용을 무료로 진행해 주기도 한다. 전국에서 경기도는 약 60만개의 중소기업이 포진해 있는 곳으로, 다시 말해 경기도의 많은 분들이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우리의 이웃인 셈이다.

 

/이명관기자 mklee@ekgib.com

/사진 하태황기자 hath@ekgib.com

<미니박스> 안재환 아주대 총장은

안재환 총장은 1951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재료공학 석 ·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아주대 화공 ·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부임한 뒤 25년간 학생들을 가르쳤고, 학생선발본부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등의 주요보직을 두루 거쳐 올 2월10일 총장에 취임했다. 90년대 중반 학생선발본부장(현 입학처장)직을 수행하던 시절 그 옛날 곡마단이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하듯 전국 각지에서 현장을 누비며 입학설명회를 가졌다. 당시에는 굉장히 파격적인 행사였으며, 전국을 열심히 돌아다녔던 모습 때문에 ‘장돌뱅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항상 총장실 문을 열어놓고 근무하기로 유명한 안 총장은 취임식에서 밝혔던 소통과 원칙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아주대학교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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