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개국 혁신교육현장을 가다
잇단 카이스트생들의 자살과 학벌중심사회가 낳은 과도한 입시중심 교육, 사교육 열풍 등 한국의 공교육 붕괴조짐이 곳곳에서 일고 있는 가운데 세계 혁신교육의 롤모델로 불리는 북유럽 3개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1년도 해외기획취재에 경기일보의 ‘공교육의 대안, 유럽서 찾는다’가 선정된 것.
취재팀이 지난 5월 8일부터 19일까지 방문한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의 교육 현장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그 곳은 과히 교육의 파라다이스로 불리울 만큼 선진화 돼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가 걸음마 수준에서 시도하고 있는 무상교육, 창의지성교육, 자율교육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이들 국가의 교육시스템을 그대로 옮겨와 한국교육에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 524만명(GDP 4만4천 달러), 스웨덴 905만명(GDP 4만8천 달러), 덴마크 548만명(GDP 5만6천 달러) 등으로 경기도(1천200만 명)에 훨씬 못미치는 인구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들 국가의 세금은 수입의 최저 30%에서 최대 51%까지 달해 막대한 예산이 교육에 투자될 수 있어 한국 교육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국가 모두 학교의 주인은 바로 학생이라는 기본적인 이념을 충실히 수행,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경쟁보다 동등한 기회 제공 핀란드
핀란드 교육은 흔히들 미래교육이라 부른다. 이는 학생의 타고난 재능을 찾아주며 미래를 만드는 것으로 핀란드 교육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핀란드 교육은 기초교육 1-9년까지 고등학교 3년제로 돼 있으며 기초교육 전 만 6세를 위한 예비교실을 갖추고 있다. 대학원생까지 수업료, 학용품, 급식, 건강 진료, 기숙사, 통학수단 등 무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대학 진학률은 60% 정도에 불과한데 이는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없기 때문이다. 핀란드에는 기초 9학년(중3)년 1회, 고 3때 대입자격시험 이외에 표준화된 평가가 없다. 하지만 스웨덴, 덴마크에 비해 다소 주입식 교육을 펼치고 있다는 비평도 있다. 이는 러시아와 스웨덴 등 강국에 속한 지리, 정치적 상황이 한국과 유사한데 따른 것으로 세계학력평가(PISA)에서 줄곧 1위를, 한국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결과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헬싱키 청소년 교육센터
설레이는 북유럽 취재 첫날인 지난 5월10일 헬싱키시의 청소년 교육센터를 찾았다. 이 교육센터는 헬싱키 시의 청소년부서의 하나로 모든 재정을 시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방과후(2~3시) 활동하는 일종의 방과 후 학교 개념이었다. 그러나 학습위주가 아니라 모여 여가를 즐기며 노는 시설의 일종으로 오후 9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헬싱키에는 이 같은 교육센터가 모두 12곳 운영되고 있었다.
이 센터는 13세 이상 아이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부모의 허락만 받으면 누구나 무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예산을 비롯해 실내 디자인, 프로그램 운영 등을 모두 학생들이 직접 결정해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폭력 및 왕따 예방을 위해 상담교사가 배치돼 학생들이 언제든지 상담교사와 고민을 공유할 수 있었다. 여기에 센터 지하에 지하 25M, 면적 1㎢ 규모의 방공호에 휘트니트 센터와 북유럽 최대 규모의 스케이트장(롤러 및 보드)을 갖추고 있었다.
◇따피올라 고등학교
따피올라시에 위치한 일반 고등학교로 전교생이 420여명인 핀란드 중간급 고등학교다. 토이니 교장과의 약속 전에 운동장에서 만난 아이들이 담배를 달라며 조르기도 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흡연이 심각함을 짐작케 했다. 한국 대학교와 비슷하게 학생들이 교실을 옮겨 다니며 학점을 이수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최대 4년까지 다닐 수 있고 우등생들은 2년 반 만에 졸업할 수 있다. 특히 지난 1960년대부터 드라마 강좌를 운영 신입생의 20%가 드라마 수업을 들을 정도로 드라마 특성화고등학교로 유명하다. 토이니 교장은 철저히 핀란드법에 의거 지정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학교로 농촌이나 도시 학교 모두 차이점이 없는 것이 핀란드 교육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노벨과 교육의 나라 스웨덴
스웨덴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가정교육에서 비롯된 창의지성교육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스웨덴 교육을 한마디로 평하자면 독립심과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으로 평가 받고 있다. 스웨덴 교육시스템은 7세에서 16세까지 9년간의 의무교육기관과 1-5세까지 예비학교 활동이 있고 학교적응기간으로 6세 예비학교반이 설치돼 있다. 10학년부터는 상급중학교(10-12)가 시작되며 대학진학률은 40% 내외이다. 그러나 현재 스웨덴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이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언어, 수학, 과학 등의 학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철저한 창의지성평가만 있고 학력을 평가하는 시험은 없기 때문이다.
◇스톡홀롬 동섬 내 야르데스 초등학교
스톡홀롬 내 일반 공립 초등학교로 400여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 학교는 독서 및 수학 특성화 학교로 스톡홀롬 대학 수학 및 언어학 연구생들이 1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교사들과 수업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 타 학교와 차별화된 점이었다. 전면 무상교육이며 협소한 교장실과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교장선생님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이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전면 사진촬영을 하지 못하게 했으며 아이들의 인권을 지나칠 정도로 존중하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오브 노르만 교장은 갈수록 떨어지는 수학 실력 때문에 올 가을부터 6학년생에 한해 학력 평가를 하도록 국가 정책이 개편됐다고 설명했다.
◇단데리드시 머르비 중학교(7-9학년)
스톡홀롬과 바로 인접한 단데리드시의 머리비 중학교는 정치인, 기업인, 관료 등 주로 상류층의 자재들이 다니는 중학교로 4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단데리드시 290여곳의 학교 가운데 수학을 가장 잘하는 학교로 정평 나 있다. 스웨덴은 수학 및 과학 실력을 아주 중요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학교는 7학년 신입생이 들어오면 수학시험을 보고 등급을 나눠 등급별로 수업을 하는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학교폭력 예방시스템으로 각 반마다 학생 투표를 통해 사교성이 제일 좋은 2명의 반대표(친목대표자)를 정해 수시로 교사 교장들과 공유하며 숙제, 교육커리큘럼 등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들 친목대표자들은 상담교사와 함께 1년에 2차례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고민과 문제를 파악, 해결하고 있다.
■창의교육의 선구자 덴마크
덴마크의 교육은 한마디로 자유교육이라 할 수 있다. 취학 의무가 없고 아이들을 교육시켜야만 한다는 교육의 의무만 존재한다. 1년의 취학 전 학교과정과 9년제 초등학교 의무과정과 3년제 일반 중등학교와 2-3년제 직업학교가 있다. 사립 및 대안학교 개념의 프리스쿨이 존재하며 공교육 학교와 비슷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9년제 초등학교를 마친 후 곧바로 중등학교와 직업학교로 가지 않고 1년간을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차후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에프터 스쿨이 운영되고 있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보딩스 프리스쿨
일종의 사립개념의 프리스쿨로 학교운영을 전적으로 학부모가 하며 부모 30여명 이상이 모여 학교 설립을 원하면 설립이 가능한 학교의 개념이다. 코펜하겐에서 제일 큰 프리스쿨로 400여명의 학생들이 있으며 학부모회가 예산 편성 및 운영, 학생선발, 교사선발 등 학교운영의 전반을 관장하는 의사결정기구가 된다. 공립학교처럼 정해진 커리큘럼을 이수하되 방법과 교재를 자율적으로 선택. 학습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사회성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일부의 사비를 내면서까지 프리스쿨에 보낸다. 특히 평가가 전혀 없으며 교사자격증이 없더라도 학부모회가 채용하면 교사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한 꼬마아이가 수업을 듣기 싫다며 복도에 앉아 독서를 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스포츠 에프터 스쿨
코펜하겐시 외과에 자리 잡은 이 에프터 스쿨은 9-10학년 132명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배구와 축구종목의 학생들이 독일어, 영어 등 기본적인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는 학교다. 부모의 수입에 따라 학비를 부담하지만 인기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덴마크에는 이 같은 에프터스쿨이 262곳 존재하며 이 학교는 수학 및 영어 교오가의 경우 수준별 수업을 벌이고 있었다. 평일(화요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의 학생들은 기숙사에 머물며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학교 안팎에서 게임, 농구 등을 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 40~50여명이 자신의 숙소에서 이불과 베게 등을 들고 나오더니 강당으로 직행, 이부자리를 편 채 누워서 영화감상수업을 받는 특이한 광경까지 연출됐다.
운동전문 에프터스쿨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운동수업만을 받는 게 아니라 9학년 1개반, 10학년 5개반 등으로 구성돼 있는 이 학교는 10학년의 경우 수학, 영어 수준에 맞춰 반을 편성, 수준별 수업을 벌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오후 3시까지 교육을 받은 뒤 소속된 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다시 학교 기숙사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었다. 더욱이 학생들은 모두 1년에 2번씩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로 해외연수를 떠나며 학생들 10~12명씩으로 그룹을 묶어 별도의 담당교사를 배치해 수시로 상담, 학교폭력 등을 예방하고 있었다.
/박수철기자 scp@ekgib.com
/사진 김시범기자 sb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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