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소설 춘향전의 형식적 묘미살려 남도사투리 섞어 버무린 청소년소설
15금. 청소년문학 가운데 드물게 15세(중학생) 이하는 봐서는 안 될 법한 책이 등장했다. 청소년들의 이성을 향한 뜨거운 호기심과 성적 욕망을 춘향전을 바탕으로 발칙하게 풀어놓은 박상률의 청소년 장편소설 ‘방자 왈왈’(사계절 刊)이 그것.
이 책은 원작인 조선시대 최고의 로맨스 소설 ‘춘향전’에서 등장하는 이몽룡과 성춘향이 벌이는 육체적 사랑을 원작보다 더 실감나게 묘사해 놓았다.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펼쳐 보이는 두 사람의 성애에 대한 묘사는 침이 삼켜질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몽룡이 춘향이와 둘이만 남게 되자 사랑의 기쁨에 겨워 춘향이를 안아보고 업어보고 만져보고 핥아보고 하는데 야단도 그런 야단이 없으렷다.”
작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방자의 입담은 더욱 화끈하다. 자기 나이 십팔세, 눈치 십구단의 첫 자를 강하게 발음하는 그의 입에서는 남녀의 생식기를 상징하는 말들이 쏟아진다. 이 작품은 다 읽고 나면 마음 한끝이 후련해진다.
양반이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16세 몽룡의 풋사랑을 발랑 까진 두 살 위의 방자가 혀를 차면서도 끝까지 엮어주는 희극적 상황 때문이다. 사랑에 눈먼 몽룡은 상놈 방자를 ‘형님’은 물론이고 ‘아버지’라고까지 부른다. 몽룡의 눈먼 사랑은 방자의 걸쭉한 입담을 통해 오히려 풋풋하게 느껴진다. 막장드라마와 인스턴트 사랑이 판치는 요즘에 조선시대 청춘남녀의 사랑이 왜 시대를 뛰어넘는 생명력을 갖게 됐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값 9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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