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편법 고지·제품교환 이벤트로 눈속임 등 속출
성남에 사는 이모씨(43)는 최근 유아용 물티슈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보던 중 자신의 아이가 쓰고 있는 A사의 물티슈가 곰팡이에 오염돼 리콜됐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 요즘 들어 더 심해진 아이의 아토피 증상이 생각나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3년 전 중고자동차매매상을 통해 B사의 중고차를 구입한 최모씨(35)도 최근 자동차공업사에서 해당 차량이 리콜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동차생산업체에 연락했지만, 리콜 기간이 끝나 유상수리를 해야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제품의 결함을 사전에 수리 또는 수거하는 자발적 리콜제와 제품회수 제도가 최근 소비자의 권익 보호 수단이 아닌 기업들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8일 식약청과 한국기술표준원 등에 따르면 올들어 실시된 리콜 및 제품회수 조치는 모두 의약품과 공산품, 식품 등을 모두 합쳐 500여건에 이른다.
정직한 기업정신으로 제품을 회수하는 기업도 있지만, 이를 악용해 행정처분이나 민원을 회피하려는 업체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곰팡이 물티슈를 팔아 문제가 된 유아용품 업체는 제품하자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리콜을 제품교환 이벤트로 포장해 진행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에야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분유에서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제품 회수 명령을 받은 C업체도 기업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 편법으로 지방에 배달되는 초판 신문에만 이를 고지해 사회적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한국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일반 공산품은 구매자 추적이 어려워 리콜 조치 후 제품 회수율이 30% 내외에 그치고 있다”며 “업체가 제품 회수를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므로, 피해 발생시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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