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파주 무건리훈련장 인근 주민들

불발탄·소음공해에 ‘공포의 나날’

“무서워서 못 살겠어요. 언제 불발 포탄이 떨어질 줄도 모르고…”

 

지난 1일 오후 파주시 법원읍 웅담1리 박병대 이장(56) 집에는 같은 동네에 사는 마을주민 10여 명이 무건리 군훈련장과 육군 25사단 신병훈련대의 안전 불감증을 성토하고 있었다.

 

김모 할머니(67) 등은 “하루 전에도 무건리 훈련장에서 실시한 포 사격 훈련 때문에 밤에 잠을 설칠 정도로 불안과 소음공해에 떨었다”며 “군 훈련도 중요하지만 주민안전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며 격앙되게 말했다.

 

이어 “올 초에는 육군이 신병교육대도 창설해 훈련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음 때문에 웅담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업도 못할 판이다”고 불만을 토했다.

 

주민 반발을 사는 무건리 훈련장(30㎢ 규모)은 파주와 양주에 걸쳐 있는 서부전선 유일의 포 사격 훈련장으로 마을과는 불과 100여m 떨어져 있다.

 

특히 일주일에 3~4차례 훈련을 하는데 포 사격 훈련 특성상 고속도로 주변처럼 방음막 설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마을과 고작 100여m 떨어져

 

소음·스트레스로 병원신세

 

웅담초 학생들 수업도 못해

 

“주민안전장치 마련해달라”

 

수차례 軍항의방문도 허사

 

이로 말미암아 주민들은 “훈련 때마다 불발탄 공포와 극심한 소음공해에 시달려 간혹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박 이장은 “증거는 미약하지만 포 사격 훈련에서 발생하는 굉음으로 가축 유산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며 “접경지역에 사는 주민들이라 그동안 군 훈련에 관대했지만 이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직천리 주민들과 함께 여러 차례 군부대를 방문해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 저항뿐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또 다른 피해도 호소하고 있다. 무건리 훈련장으로 훈련을 받고자 이동하는 전차 등이 좁은 마을 길을 점령, 주민들이 늘 교통사고 위험마저 안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장은 “오죽했으면 지난달에 주민 150명의 연서를 받아 군 훈련장의 주민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는 진정서를 파주시와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부 등지에 제출했겠느냐”며 “군 당국은 서둘러 주민안전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파주=김요섭기자 yoseop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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