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고교 독극물 사건, 같은 반 친구 소행으로 드러나

광명署, 해당 학생 불구속 처리

속보>광명지역 한 고교에서 보온컵에 든 음료수를 나눠 마신 학생들이 집단으로 구토와 마비증세를 일으킨 사건(본보 5월26일자 6면)은 자신을 괴롭힌 친구에게 앙심을 품은 같은 반 학생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학생들이 마신 음료와 보온컵을 수거, 국과수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문제의 음료에는 제초제 성분인 '디캄바'(dicamba)를 섞은 것으로 밝혀졌다.

 

디캄바는 주로 잡초나 아카시아, 쑥 등 잡목 제거를 위해 묘지 등에서 쓰이는 호르몬형 제초제로 알려졌다.

 

광명경찰서는 27일 평소 자신을 괴롭힌데 앙심을 품고 같은 반 A군(18)에게 제초제를 섞은 음료를 건네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로 B군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군은 지난 24일 낮 12시50분께 학교 5층 복도에 설치된 A군과 함께 쓰는 사물함 안에 제초제 성분인 디캄바를 섞은 매실향 음료를 스테인리스 보온병에 담아 몰래 가져다 놓은 뒤 '자신의 물건이 아니라'며 이를 꺼내 A군에게 건넸으며  A군 등 같은 반 친구 7명이 이를 나눠 먹도록 해 구토와 손 마비증상 등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A군은 갑자기 구토와 손 마비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위 세척을 받았고, 다른 학생들은 맛이 이상하자 곧바로 뱉었다.

 

경찰조사 결과 B군은 평소 자신을 괴롭힌 A군을 혼내주기 위해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제초제는 B군이 사고 전날인 19일 오후 8시께 광명7동의 한 농약 판매점에서 구입했고 매실향 음료에 섞어 집에 있던 보온병에 담은 뒤 다음날 학교 사물함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문제의 보온병 유통경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B군의 아버지가 사은품으로 받아 보관해온 것을 확인, B군을 추궁해 26일 오후 범행을 자백받았다.

 

보온병에 담긴 문제의 음료에 제초제 성분이 첨가돼 있다는 1차 성분분석 결과를 국과수로부터 구두 통보받은 경찰은 B군이 인체에 어느 정도 상해를 가할 정도로 제초제 성분을  탔는지 정확한 분석 결과를 받은 뒤 B군의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부모의 입회하에 B군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학생임을 감안, 불구속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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