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연맹(KBL) 총재를 뽑는 사상 최초의 경선을 앞두고 농구계는 과연 공정한 절차를 거쳐 총재 선출이 이뤄질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제7대 총재는 오는 6월1일 열리기로 한 임시 총회를 통해 선출될 예정이다. 지난 20일 개최된 이사회 및 임시 총회에서 경선 방식으로 총재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1996년 프로 농구 출범 이래 경선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재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거나 새로운 단독 후보를 추대할 때는 총회 재적인원(10개 구단)의 3분의 2(7개 구단)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총회는 10개 팀의 구단주로 구성되나 대다수의 구단이 단장에게 구단주 자격을 위임해 총회에 내보낸다. 따라서 이사회는 물론이고 총회를 구성하는 주체 역시 10개 구단의 단장이다.
당초 지난 20일 총회에서 전육 총재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하루 전 한선교 의원이 밀실행정과 불공정한 절차라는 지적을 제기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한 단장은 "최근 출마 표시를 하신 분께서 밀실 행정을 지적하고 공정한 경선을 주장했다. 그런 부분에서 단장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전육 총재에게 말씀드렸더니 도리어 각 단장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으니 경선을 하겠다고 먼저 얘기하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선을 통한 선출은 공정한 방법임에 분명하나 다만 걸리는 점이 하나 있다. 현 총재와 각 구단 단장이 참석하는 해외연수가 경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부분이다.
전육 총재와 10개 구단의 단장들은 지난 23일 스페인으로 연수를 떠났다. 선진리그를 체험해 프로농구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KBL이 매년 진행하는 공식적인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총재 경선을 눈앞에 두고 투표권을 가진 단장들과 연임 의지를 천명한 현 총재가 해외연수에 동행하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이보다 더 좋은 선거운동의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BL은 "오해의 소지는 분명 있지만 해외연수 일정은 최소 한달 반 전에 결정됐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전육 총재가 먼저 자신있게 경선을 제안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경선 후보 선정 방식에도 잡음의 소지는 있다. 경선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KBL이 마련해 둔 특별한 규정이나 절차가 없다. KBL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임시 총회를 마친 후 "오늘 결과가 기사를 통해 보도되면 출마의 뜻이 있는 분들이 먼저 연락해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후보 선정 기간을 두는 등 체계적인 절차를 마련하는 대신 주먹구구식 행정을 택한 것이다.
경선 투표 방식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KBL은 6월1일 총재 선출 방식을 결정한 뒤 곧바로 결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입후보가 투표권을 가진 구단주나 위임장을 받은 단장들 앞에서 신상 발언을 할 기회는 6월1일 당일 뿐이다. 반면, 전육 총재는 지난 20일 이미 단장들 앞에서 신상 발언을 마쳤고 지금 선거운동의 기회를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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