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끊기는‘道 무형문화재… 24개 종목 단절 위기

비인기 분야 경제성↓, 수년간의 전수과정 못버텨

가평군 청평면의 조그만 시골마을에 있는 장성우씨(45)의 한지공방.

장씨의 아버지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117호로 지정된 지장 장용훈 옹으로, 한지 제조는 4대째 이어지고 있는 장씨 가문의 가업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한지는 닥나무만을 사용해 화학약품 처리과정 없이 생산돼 국산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애용하는 최고급 한지로, 조선왕조실록과 고려 초조대장경 복원에도 사용됐다.

 

최근 70대 중반을 넘긴 장옹의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전수교육 보조자인 아들 성우씨가 가업을 이어받았지만, 애석하게도 장씨 가문의 한지 제작은 4대째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

 

독보적인 기술과 장인정신으로 국내외에서 최고급 한지로 인정받고 있지만, 함께 수련을 받던 동생 갑진씨가 기술 전승을 포기하면서 더 이상 가업을 이어갈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남자도 힘든 전통 한지 제조법을 딸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무리고, 누군가에게 기술을 전수하려 해도 제조 과정이 번거롭고 힘든 전통 한지 제조법을 배우려는 사람은 이제 없다.

 

가끔 전통한지 제작에 흥미를 느낀 대학생들이 찾아오지만, 족히 3~4년은 걸리는 전수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떠나버렸다.

 

장씨도 웬만하면 전승자를 통해 장씨 가문 한지의 맥을 이어가고 싶지만, 전승자를 찾을 동안 한지공방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조차 걱정이다.

 

한지 원료로 사용되는 국산 닥나무를 구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는 데 비해 값싼 수입산 한지는 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전통기술에 대한 지원과 시장이 계속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승자를 찾는다는 것은 가업이 아닌 이상 힘들 것”이라며 “경제성이 떨어지는 비인기 분야에 대한 정부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에는 45개 종목에 48명의 기능보유자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기능전승자(전수조교)가 있는 종목은 21개 종목에 불과하며, 24개 종목은 전승자가 없어 기능보유자 사망시 기능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989년부터 도 무형문화재 3호 청자장과 4호 분청·백자장, 5호 백자장, 6호 고장, 7호 백동연죽장, 9호 줄타기, 32호 율서·율창 등이 기능보유자 사망으로 도 무형문화재에서 해제됐다.

 

특히 7호 백동연죽장의 경우 보조자가 기능 전승을 포기하면서 기능이 완전 단절된 상태다.

 

이 같은 사정은 주요 기능전수자도 마찬가지로 산업인력관리공단이 지정하는 기능보유자의 경우 현재 도내에 11명이 활동하고 있으나 대부분 전승자 없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 전통기능보존협회 관계자는 “기술이 생계유지 수단인데 전통기술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으니 모두 기피하는 것”이라며 “전수교육 보조자들이 늘어나려면 먹고 살 길이 없는 전통기능 분야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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