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 심한 일교차…포도·복숭아나무 말라죽고 개화 늦어
새잎도 피지 못하고 … ‘속타는 農心’
“15년을 기른 포도나무가 동해로 새 잎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9일 화성시 서신면 일대의 포도밭. 봄비에 새싹을 기대해야 할 농민들이 한숨부터 내쉰다.
지금쯤 포도나무 가지에서 새순이 하루가 다르게 나와야 하지만 하우스 안에 자리잡은 포도나무 가지는 새 잎을 내지 못한 채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30년간 화성지역에서 포도농사를 지어온 이범우씨(57)는 1만여㎡ 농장 중에서 20% 정도가 이와 같은 동해피해로 얼어죽어 1주당 10만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됐다.
또 죽은 나무를 잘라내고 다시 새나무를 심는다 해도 2~3년 후에나 열매를 맺고 상품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수입이 줄어들 것이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이씨는 “이렇게 나무가 얼어죽어버린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라며 “포도만 바라보고 살고 있는데 15년간 애써 기른 나무가 죽는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심정이 너무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의 정경호씨(67) 농장 역시 300여주의 포도나무 중 30%가 동해피해를 입었다. 비가림시설이 되어 있는 정씨의 농장은 겨울바람을 세차게 맞은 바깥쪽 포도나무들이 거의 동사해버렸다.
이처럼 화성지역에서 포도나무가 얼어죽은 것은 지난해 늦여름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로 피해를 입은 나무들이 영양을 제대로 축적하지 못한 상태에서 겨울 한파로 동해피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규용 화성포도영농조합 대표(52)는 “영농조합에 속한 450여농가 중 대부분이 평균 30% 정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태풍에다 농자재 가격 상승도 모자라 동해피해까지 입고나니 농민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동해는 포도나무뿐만 아니라 일반 과실수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천 장호원 지역의 복숭아 농가들과 안성 배 재배 농가도 혹한에 이어 심한 일교차로 개화시기가 늦어져 수확차질이 예상되는데 말라 죽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 예년에 비해 동해로 결실이 불량하고 정형과율도 낮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생산량이 평년에 비해 30~4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과수나무들의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가을철 과일 수확량이 줄어들어 과일가격이 또다시 상승, 소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배와 포도, 복숭아 등 과수나무의 꽃수가 부족한 현상 등 동해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인공수분과 접과 등 지도활동을 강화하고 피해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