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 비대위 역할·구성 문제제기
한나라당 ‘쇄신 돌풍’의 주역인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인천 연수)와 소장파가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구성에도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 당 주도권 투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7일 안상수 전 대표(의왕·과천)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를 구성하고 ‘최고위의 통상업무’ 등을 맡도록 한 점, 즉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역할을 맡도록 결정한 것에 문제제기를 했다.
당헌 30조에 ‘대표최고위원이 사고·해외출장 등으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행한다’는 내용을 지적하며, 원내대표인 자신이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야 한다는 점을 간접 시사했다.
소장파 의원들도 물러나는 지도부가 비대위를 구성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황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재구성하고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9일 오전에 정의화 비대위원장 주재로 열릴 계획이었던 비대위 첫 회의가 무산된 데 이어 비대위 구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황 원내대표-정 비대위원장 양자 회동도 이뤄지지 못했다.
소장파가 비대위 구성을 문제삼는 것은 비대위가 계파별로 안배가 됐으며, 친이계인 정의화 국회 부의장이 위원장을 맡는 등 친이계 주류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장파는 비대위가 구성되더라도 당 운영은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으로 담당을 하고, 비대위원장은 (6월말~7월초)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관리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 비대위원장은 정통성 확보를 위한 의원총회 추인의 필요성은 동의하면서도 당 대표 역할은 비대위원장이 담당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비대위가 제대로 활동을 하기 위해선 공백에 빠진 지도부를 대신해, 명실상부 최고위 대행기구로서의 권한과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당에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며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 어떤 권한을 행사할 것인가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한나라당에게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황 원내대표와 정 비대위원장간 마찰음이 생기면서 자칫 당 주도권 경쟁이 내홍 수준으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오는 11일 의원총회를 통해 소장파가 제기한 문제점 등에 대해 의견을 들을 계획인 가운데 침묵하고 있는 친이계 주류 의원들의 반발도 예상돼 난상토론이 예상된다.
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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