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과 패인
‘분당은 지금 이대로가 아닌 변화를 선택했다.’
민주당 대표인 손학규 후보가 27일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지역정서를 정확히 파악, 맞춤형 선거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손 당선자는 지역에 중산층이 많은 점을 감안, ‘중산층이 행복한 세상’이라는 슬로건과 ‘변화’에 초점을 맞춘 선거컨셉, 한나라당의 대규모 지원유세와 대조되는 ‘나홀로 유세’ 선거운동, 강재섭 후보에 비해 생동감 있는 선거공보와 포스터 등으로 우위를 과시했다.
특히 선거기간 내내 상대방의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말려들지 않고 초지일관 겸손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 점과 선관위 주최 TV토론에서 경륜 차이를 드러내며 강 후보를 압도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孫, 지역정서 파악 ‘나홀로 유세’ 통해 친화력 돋보여
姜, 지나친 네거티브·대규모 지원유세 지역주민 외면
강 후보가 ‘15년 분당사람’으로 지역연고를 과시하자 경기지사 시절 분당을 위해 펼쳤던 여러 정책을 소개한 뒤 “15년 동안 살면서 분당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고 꼬집어 머쓱하게 만들었고, ‘건강관리 비법을 알려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밥을 잘 먹는다. 한가지 더 말한다면 김치를 좋아하고 김치가 남으면 밥을 더 먹는다”고 털털하게 말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특유의 스킨십도 손 후보의 장점으로 작용했다.
부부가 함께 탄천을 산책하며 유권자를 자연스럽게 만나고,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호프집에서 가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부모님께 하듯 어르신께 배식하는 모습 등은 손 후보 특유의 인간미를 넘치게 했다.
선거 초반 야권 연대를 위해 김해을 국회의원·강원지사 선거 지원유세를 하는 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대신 자원봉사 형식으로 선거사무소를 구성 했지만 응집력에서 강 후보측을 훨씬 앞선 것도 승인으로 꼽힌다.
반면 한나라당 강 후보의 패인은 지나친 네거티브와 지역정서와 맞지 않는 대규모 지원유세를 펼쳤던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오히려 피로감만 더해 주고, 젊은층 뿐만 아니라 부동층이 고개를 돌리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손 후보를 향해 ‘철새’·‘기회주의자’·‘좌파’ 색깔론 공세 등 네거티브를 시종일관 퍼부어 혼탁양상을 빚었고, “공금을 횡령했다”고 언급해 허위사실 유포(선거법 위반)로 고발을 당한 것은 큰 패착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선관위 주최 TV토론에서도 준비가 덜 된 탓인지 손 후보에게 밀리고 예정됐던 SBS TV토론을 무산시킨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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