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일들에 시간을 쓰지 않겠다. 존재하는 것은 지금 이 시간뿐이다. 잘 익은 봄볕은 비타민D의 공급원, 천연 영양제를 흡수한다. 흐드러진 참꽃을 내 안에 가득 들여와 씹어보리라는 기대는 고려산 정상에 와서 접었다. 지난 겨울의 혹독한 추위가 개화를 늦춘 것이다. 그래도 부분적으로 핀 꽃들이 위안을 준다. 어쩌면 심중의 꽃이 대춘의 설렘처럼 좋았을 것이다. 남미 인디오가 원색의 민속의상을 입고 산포냐를 연주한다. 베사메무쵸, 몇 해 전 페루 여행 때의 콜카 계곡이 떠오른다. 봄바람에 날리는 음표처럼 가벼운 춘 사월 하루. 귀로에 강화명물 밴댕이회에 ‘쐐주’ 한잔 걸친다. 눈물겨운 기쁨의 봄, 또 하나의 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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