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주머니까지 털어… 현대판 ‘왕초’ 기승

동인천역 등 일대서 노숙인들 돈 가로채 중부경찰서 3명구속

인천시 남구 주안역 앞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박모씨(60)는 몇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뒤 왼쪽 몸이 마비돼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아 교통안전공단 등으로부터 매월 35만원 상당의 연금을 받고 있지만 수중에는 한푼 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일명 ‘주안역 왕초’인 한모씨(41)에게 모두 빼앗겼기 때문이다.

 

박씨는 “매월 통장으로 들어오는 장애연금은 구경도 못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면서 “밥이라도 한술 먹어야 하겠기에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구걸해 얻은 1천원짜리 몇장까지도 다 빼앗겼다”고 호소했다.

 

노숙인들의 장애 연금과 구걸한 현금까지 빼앗는 ‘현대판 왕초’들이 인천지역 역사 주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17일 노숙인들에 따르면 심모씨(47)와 홍모씨(45) 등도 1~3년 동안 한씨에게 매월 기초생활수급비 45만원을 빼앗겨 왔다.

 

심씨는 “신고하고 싶어도 나중에 또 무슨 해코지를 당할까 무서워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동인천역 일대에선 조모씨(59) 등 2명이 노숙인 고모씨(60) 등을 폭행해 70만원을 빼앗는 등 노숙인 6명에게서 모두 300만원을 빼앗았다.

 

이들은 노숙인들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여관 등을 주소지로 해 구청 등에 직접 신청하게 한 뒤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빼앗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채왔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17일 한씨와 조씨 등 3명을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김병환 중부서 강력4팀장은 “힘없는 노숙인들은 수년동안 돈을 빼앗기고 폭력에 시달려도 보복때문에 제대로 신고조차 못하고 있다”며 “비슷한 피해사례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km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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