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 “로맨스 아니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겼다”

"시청률 2배 상승? 배우들이 모두 진심을 다해 연기했기 때문"

SBS ‘싸인’의 히로인 김아중을 만났다. 마지막 방송이 끝난 지 일주일이 됐는데도 밀려드는 스케줄에 전날밤 병원 신세를 졌다는 김아중은 아직 ‘싸인’으로 쌓인 피로를 걷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는 그녀는 “빨리 다음 작품을 찍어야 ‘싸인’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 “로맨스 아닌 작품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김아중은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는 여배우였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와 드라마 ‘그저 바라만 보다가’에서 김아중은 발랄하고 귀여운, 그래서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싸인’을 하고 나서 얻은 건 그건 것 같아요, 로맨스나 멜로에서만 나올 것 같은 김아중이 다른 장르에도 어울린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것. 그걸 얻었어요.”

 

멜로나 로맨스는 두 사람 중심으로 극이 흘러가지만 ‘싸인’은 그러지 않았다. 여주인공으로서 극의 무게중심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싸인’의 주인공은 사실 매 회의 사건이에요. 인물간의 관계 틀도 깨면 안 되지만 그러면서도 극을 진행시켜야 하죠. 멜로나 로맨스는 1대1로 상대에게만 집중하면 되요. 그런 면에서 ‘싸인’을 통해 많이 성장했죠.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좋은 선후배님들과 연기를 하다 보니 잘 끝난 것 같아요.”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동시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김아중은 이제야 그동안 받아 놓은 시나리오와 시놉시스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역시나 ‘싸인’을 찍은 후에 들어오는 작품의 스펙트럼이 좀 넓어졌단다.

 

“이제는 작품을 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쟤가 저런 장르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셨나 봐요. 다음 작품으로는 드라마보단 다시 영화로 돌아가고 싶기는 해요. 감독님과 입에 곰팡이 냄새 날 때까지 이야기하고 찍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아직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어요.”

 

* “로맨스는 생각한 적 없어요. 윤지훈은 가슴이 떨릴 만큼 존경하는 선배였죠.”

 

초짜 법의학자였던 ‘고다경’ 캐릭터는 김아중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녀는 “자칫하면 민폐녀로 전락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드라마에서의 연기가 절대 쉽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그녀는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다”며 “최재환 씨가 출연했던 연쇄살인사건에 개입하면서 비로소 고다경이 제 캐릭터를 잡아간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던 박신양과의 로맨스는 어떻게 된 것일까. 진전이 될 듯 되지 않던 고다경과 윤지훈(박신양 분)의 관계는 결국 어떤 결과도 보여주지 못하고 윤지훈의 죽음으로 결말을 맞고 말았다.

 

“사실 ‘싸인’에서 로맨스를 아예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 작품이 로맨스나 멜로라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윤지훈과 고다경간의 관계는 선후배간의 사랑, 인간간의 존경 같은 감정이에요. 존경하는 분 앞에 서면 떨리기도 하고 잘 보이고 싶고 그러잖아요?”

 

그렇게 존경하는 윤지훈이 죽었을 때는 고다경으로서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엔딩에 대해 마음에 드느냐 묻자 김아중은 “고다경으로서는 굉장히 섭섭했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녀는 “정의구현 절실한 거 알지만 뒤에 있는 다경이는 뭐냐”라며 “가끔은 뒤 돌아 보기도 하고, 하늘도 올려다 보고 사람처럼 그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토로했다.

 

“‘나도 있는데 왜?’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다경으로서가 아니라 작품으로서는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은 ‘아직 정의구현하기가 이렇게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니까요.”

 

SBS ‘싸인’의 여주인공 김아중은 동시간대 방송됐던 MBC ‘마이 프린세스’의 김태희와 비교되곤 했다.

 

드라마의 히로인인 동시에 송승헌과 박신양이라는 톱스타의 상대역이라는 점도 비교됐다. 두 캐릭터가 발랄한 성격을 지녔다는 점도 비슷해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귀추가 주목됐었다.

 

“솔직히 부담되진 않았어요, 드라마가 너무 달랐으니까. 시청자층, 소비층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 걱정을 안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매우 컸었죠.”

그녀는 “사실 여배우끼리 비교되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건 비교되면서 동시에 윈윈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두 드라마는 10% 초반 시청률로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싸인’이 ‘마이 프린세스’를 압도, 결국은 두 배에 가까운 시청률 상승을 이뤄냈다.

 

“시청률이 오른 이유는 누구 하나에서 찾기는 힘들어요. 사건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니 만큼 사건에 매달리는 배우들이 모두 진심을 다해 연기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모두의 덕”이라 겸손해 하는 뻔한 대답인 것 같아 그 속뜻을 물었더니 ‘싸인’에 대한 자랑이 돌아왔다.

 

“이 드라마는 매 사건에서만 등장하는 인물들도 있고 사건이 종결되면 다른 사건으로 바뀌어요. 때문에 계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절실하게 사건에 달려들고 정확히 받아줘야 하죠. 미드 ‘CSI’와는 다르게 우리들은 사건에 진심으로 달려들었어요. 그래서 사건과 인물이 겉돌지 않게 됐고 그 덕에 한국 시청자분들도 정서적으로 우리 드라마를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요.” 적잖이 머리가 복잡했을 것 같은 연기를 끝낸 김아중. 홀가분하면서도 아직 ‘싸인’에서 쌓인 노곤함이 지워지지 않았다고.

 

“빨리 다음 작품을 해 ‘싸인’을 지워내고 싶어요. 매 씬에서 고통스러웠어요.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지만. 털어버리고 다시 ‘아중이’로 돌아와야죠. 빨리 뭔가를 찍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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