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미술관 - 아해박물관
아이들이 주인공인 박물관이 있다.
주인공은 아이들이지만, 500여종에 이르는 방대한 옛 놀이문화를 상징하는 유물들은 여느 박물관 못잖고 민속학자와 전통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생들의 연구공간에 석·박사급 전문인력들이 아동교육에 대한 논문발표 및 학수발표 등의 연구성과들을 쏟아내는 곳.
바로 지난 2월11일 과천시 주암동 일대 사유지 1만3천200여㎡(4천평)에 3층 건물로 유물관과 상설 전시장, 교육실, 기획전시실 등을 갖추고 개관한 ‘아해박물관’(관장 문미옥·서울여자대학교 아동학과 교수)이다.
“외국의 학자들에게 우수한 우리의 전통놀이문화와 건축미학을 보여주기 위해서 정말 한땀 한땀 수놓듯 만든 곳이 바로 우리 박물관”이라는 문미옥 관장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박물관은 문을 열자마자 과천 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아해박물관’은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놀이를 테마로 한 어린이전문박물관이다. 특히 강단에서 아동교육가들을 양성시켜온 교육자로서의 길을 걸어 온 문 관장의 최종 결과물.
잊혀져가는 전통 놀이를 계승·발전시키고 획일화된 지금의 교육문화를 탈피해 과학적이고 능동적이며 창의적인 교육수단으로서의 옛 전통놀이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도록 공간구성부터 유물배치,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박물관 활용계획 등을 철저하게 기획해 오랜 고심끝에 내놓은 곳이다.
박물관은 전통 놀이도구를 보고 만지고 체험하며 조상의 뛰어난 지혜를 만날 수 있도록 3층 규모로 지어졌다. 건축가 안승배씨의 설계로 음양의 조화와 자연과의 소통을 위해 한옥의 모티브를 차용해 만든 공간. 1층 상설 전시실은 교실 다섯개 크기로 놀이유형에 따라 14개 코너, 유물 500여점으로 구성돼 있다.
말팽이, 장구팽이, 도토리 팽이 등 소재·장소·계층·성별을 불문하고 인기 아이템으로 사랑받아온 팽이의 종류와 지구의 자전과 중력, 원심력 등 과학적 원리를 내포한 팽이놀이의 개념도 함께 공부할 수 있다.
또 한반도의 지역색과 지질학적 특징을 담고 있는 공기놀이와 조선시대 보드게임의 일종인 승경·승람도 코너에서 조선조 관직의 체계와 문화를 알 수 있다.
2층과 3층에는 각각 교육실과 기획 전시실이 마련돼 있으며, 박물관 바로 옆에 자리한 숲속 야외교육장에서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다.
박물관은 특히 보육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국공립 교육직 종사자 및 교사, 장학사뿐 아니라 사립시설의 원장, 원감 등을 대상으로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우리 놀이에 대한 이론 강의 및 교과과정과 통합·연계하는 한국전통문화교육 연수프로그램, 전통놀이 지도자 양성과정 프로그램,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문화전통교육 등도 진행한다.
문 관장의 안내로 들어선 박물관 내 1층 유물관에는 어른 무릎높이의 전시공간에 각종 유물들이 전시돼 있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는 건 당연하죠. 가치판단을 할 줄 모르는 아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예요. 도슨트 선생님과 유물관을 돌며 우리의 옛 놀이인 공기놀이와 팽이놀이 등을 설명해줄 때면 진지한 모습이 여느 학자들 못지 않지요.”
문 관장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실험 그리고 놀이문화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야말로 가장 절실한 오늘의 숙제라고 강조한다.
서민들의 놀이문화로 치부돼 정작 보존하고 가꿔야 할 우리의 놀이문화가 일제강점기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소멸돼 이제는 돈을 주고 사고 싶어도 구입을 할 수 없다는 게 문 관장의 설명.
“‘88올림픽 팽이’혹시 들어보셨나요? 아무도 그 팽이를 보관할 생각은 못했을 거예요. 저도 해외의 박물관에서 88올림픽 팽이를 봤을 때야 비로소 그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역사적 이슈의 상징이 되는 이런 기념물 중 특히 놀이문화에 속하는 유물들은 서민들의 풍속으로 저속하거나 격이 낮다고 치부해버려 소멸되거나 이웃나라에 흘러들어가는게 현실입니다.”
문 관장은 얼마전 일본에 학술연구차 방문했을 때의 문화적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단다.
“일본 나라현 왕실 유물 창고인 ‘쇼소인’(정창원·正倉院)에서 우리 민속놀이 중 대표 놀이문화 유물인 ‘쌍육판’(雙六板)이 보물처럼 전시돼 있는 광경은 저에게 충격이었어요. 보통의 나무(木)판이 아닌 판 모서리를 따라 새겨진 자개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놀이판 이상의 문화유물이었거든요.”
문 관장은 앞으로 박물관을 단순히 유물만 관람하고 체험만 즐기는 일회성의 공간이 아닌, 학술연구와 논물발표 등을 통해 아동교육의 메카로서 자리할 수 있도록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문의(02)3418-5501~3
권소영기자 ks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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