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문이 드르륵 열린다. 잠시 후 흰색 벤츠 차량이 화면에 잠깐 보이더니 흰색 벤츠는 온데간데없고 블랙으로 세련되게 옷을 갈아입은 검은 벤츠가 유유히 바퀴를 굴리며 빠져나온다.
007시리즈 같은 첩보영화에서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정보원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순식간에 차량을 순간 이동시킨 것 같은 이 장면에 숨겨진 비밀은 자동차 ‘튜닝’(tuning). 이 자동차 튜닝을 테마로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활동하는 동호회 ‘에스가드’(S-GUARD)가 수원시 인계동에 있다.
봄을 시샘하듯 바람이 심하게 불던 3월16일 찾은 에스가드 동호회이자 튜닝숍인 ‘S-GUARD KOREA’(에스가드 코리아)의 노란색 간판을 뒤로 머플러(muffler·消音器)에서 뿜어나오는 탱크 소리 같은 엔진 소리를 휘날리며 현란하게 튜닝된 자동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마치 신상이 진열된 백화점에 와 있는 듯 차종도 렉서스 IS, 포르테 쿠페, K5, 코란도 등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 타보고 싶어할 만한 슈퍼카들이었다.
이 멋들어진 자동차에서 각각 내린 동호회원들은 최진구 에스가드 동호회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손수 커피를 타 주며 회원들과 안부인사를 나누던 최 회장은 곧바로 차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동호회 이름이기도 한 ‘에스 가드’는 자동차에 생기는 흠집을 뜻하는 스톤칩(Stone chip)으로 인해 차와 차주가 받는 스트레스(Stress), 차에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가해지는 스크레치(scratch) 등으로부터 보호한다(Guard)는 뜻을 갖고 있다.
최 회장은 “사실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쉐 등 누구나 꿈꾸는 슈퍼카들은 대형전시회나 모터쇼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게 사실이에요. 저희 동호회원들은 보여주기 위해 남들의 시선을 받아가면서까지 대형대회에서 뽐내려는 것이 아닌, 정말 재밌는 장난감인 자동차를 자신의 개성에 따라 재밌게 가지고 놀 방법들을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차량을 소재로 모이는 모임이다 보니 회원들의 90% 이상이 남성회원. 간혹 남성회원이 여자친구나 지인과 함께 동석하는 경우를 빼면 여성회원들이 전무한 상태. 640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2008년부터 최 회장이 직접 운영하는 숍에서 1:1로 시공을 의뢰하고 작업을 완료하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입장에서 만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회원으로 활동하는 덴 전적으로 최 회장의 베테랑 시공실력과 인품이 한 몫 했다.
에스가드 동호회는 자동차 튜닝법 중 외형을 이색적으로 바꾸는 드레스업 튜닝을 주제로 한다. 보호필름으로 차량을 커버하는 ‘PPF’(Paint Protection Film·페인트보호필름), 자동차 루프 혹은 차량 전면에 포인트를 위해 필름지를 붙이는 컬러필름, 라이트의 스톤칩을 보호하는 블랙베젤필름, 광택·유리막 코팅 등의 외장관리, 자외선 차단을 위한 틴트 및 내비게이션·오디오 장착 등에 관한 시공작업 그리고 각종 자동차 관련 정보교류가 그것.
“일본의 경우 튜닝산업이 활발해요. 일본인들은 상업적인 라인이 아닌 개인적인 취미에서 발전한 산업이 바로 이 분야의 초시예요. 지금도 그렇구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90년대 초 튜닝 1세대들이 취미로 시작한 튜닝산업이 말 그대로 상업적인 튜닝산업이 돼 버렸죠. 돈이 결부돼 깊고 세부적인 지식이 필요한 튜닝이 겉모양, 사치성으로 흘러 결국 튜닝산업이 사양산업이 되는데 일조한 셈이죠. 안타까워요.”
최 회장의 요즘 고민은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회원들을 오프라인상에 번개팅으로 잠깐잠깐 만나는 것이 아닌 모터쇼 규모는 아니더라도 소규모의 정례적인 행사를 통해 동호회의 규모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회원모집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위해 수원 권선동에 둥지를 틀었던 사업체도 중심가인 인계동(인계동 955-3)으로 확장·이전했다.
이날 동호회 사무실을 찾은 김정현 회원(권선구 세류동)은 “상업적인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가 아닌, 친분과 취미를 바탕으로 이뤄진 자발적 동호회인 점이 에스가드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회장님을 비롯한 600여명의 회원들이 서로간에 상호존중하며 자동차 튜닝의 재미와 차에 대한 고급지식을 계속해서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동차 튜닝이란
‘튜닝’은 조율한다는 뜻으로 라디오의 경우 주파수를 동조할 때, 악기의 경우 음을 맞출 때 튜닝한다고 표현하며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각 재원을 더 나은 성능이 나오도록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사용자의 목적에 맞춰 튜닝도 여러 종류로 나뉜다.
자동차 튜닝은 크게 자동차의 동력 성능을 향상시키는 퍼포먼스 튜닝과 외형을 바꾸는 드레스업 튜닝 등 2가지로 나뉜다.
자동차 튜닝은 차량 판매 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애프터마켓이라 부른다.
드레스업 튜닝은 단순히 차량 외관을 꾸미는 의미로 할 수도 있지만 자동차의 공기 저항을 줄여 주행 중 차체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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