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카페 라리아 - 거피 향만으로도 휴식이자 안식
자작나무 사이를 걸어가다 만날 수 있는 회색 콘트리트 외벽의 모던한 건축물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그대로 나그네에게 편안한 휴식이자 안식을 준다.
남한강의 물줄기에 시름 한 술을 얹고 향기로운 드롭 커피에 상념 한 술을 얹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 통유리가 전면 가득 남한강을 들여놓아 마치 발 아래 강을 두고 신선놀음을 하는 것 같다.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에 소재한 카페 라리아(L'RIA)에서다.
그곳에선 봄에는 만발한 꽃내음이 가득하고 여름엔 시원스레 물살을 가르며 수상스키를 즐기는 스포츠족들에게 눈을 빼앗기고, 가을엔 떨어지는 낙엽에 고독을 씹어볼 수 있다. 겨울엔 눈송이가 쌓여가는 설경을 그대로 즐길 수 있어 양평의 몇 안 되는 명물로 손꼽힌다.
물론 양평엔 예술가의 마을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카페, 갤러리,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모던하고 절제된 건축물에 갤러리를 운영하는 주인장의 예술적인 취향까지 감상할 수 있으며, 또한 유수의 호텔에서 근무한 쉐프의 전문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카페 라리아는 일반인들에겐 영화와 CF 로케이션 장소로 더 유명하다. 송승헌, 김희애, 임수정, 김남주, 조인성, 김태희, 비 등 국내 스타급 연예인들의 화보촬영 및 광고촬영이 이뤄진 곳이기 때문. 또 가수 나훈아, 중견배우 노주현씨 등이 차를 즐기고 지인을 만나는 단골장소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사실, 라리아에는 화려한 인테리어나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아이템들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너무 썰렁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텅 비어 있는 공간에 놀랄 정도. 그러나 여백의 미를 통해 캔버스를 완성한다는 유명 화가의 설명처럼 비어있는 공간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람사는 냄새가 스며든다.
특히 아침이면 창백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젖어들고, 소슬한 바람이 부는 오후의 강가 테라스에서 마주하는 노을에 커피 향이 더욱 진해진다.
라리아를 찾아가려면 사실 오전에 서두르는 것이 좋다.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를 뚫고 광주와 하남을 넘어 두시간여를 달려야 하기 때문. 늑장을 부려 오후에 출발했다면 노을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차량통행이 뜸한 시간에 다시 길을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라리아에서는 커피뿐 아니라 쉐프 추천 요리도 맛볼만하다.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라는 ‘푸아그라’(Foie gras)는 거위간을 오렌지주스와 버터, 발사믹식초, 꿀, 와인 등에 조린 요리로 인기 만점. 그리고 연어의 살을 발라 훈제로 양념한 훈제연어 샐러드, 해물이 듬뿍 들어있는 스파게티, 최고급 고기를 재료로 만든 스테이크 등은 최고급 호텔 요리가 부럽지 않다.
카페 라리아는 올해 웨딩홀로의 변모도 꾀하고 있다. 또한 여름엔 야 외서 바베큐 파티를 마련, 여름의 낭만을 두배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문의 (031)774-9717
글·사진_권소영기자 ks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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