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채권자 심문제’ 도입 차일피일

“법관수 부족·업무량 폭주”이유… 악질 채권자 사실상 방치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법원들이 가압류와 가처분 남발을 막기 위해 채권자 심문제를 도입해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나 인천지법은 법관 수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제도 시행을 미루고 있다.

 

29일 대법원과 인천지법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09년 9월 목적물 가치가 1억원을 초과하는 물건에 대한 가처분은 서면 심사 대신 판사가 채권자를 직접 심문하는 내용을 담은‘채권자 심문제’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법원들마다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가압류와 가처분 등이 채무자의 재산 은닉을 막기 보다 소송 전 채무자 자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데다, 기존의 서면 심리 방식으로는 사건 당사자 주장이 충실하게 반영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채권자에게 자신의 처지를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인천지법은 이 제도 도입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법 관계자는“채권자심문제 도입은 공감하고 있으나 현재 법관수가 부족한데다 업무량이 폭주, 제도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남부지법은 1억원 이상 재산 처분이 제한된다면 채무자의 법률·경제적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대상을 청구 채권액이 1억원 이상인 사건으로 잡았다.

 

채권자가 사건을 접수하면 바로 심문기일과 장소 등을 고지받게 되고 제출 서류에 미비한 점이 있다면 재판장은 당일 즉석에서 보정명령과 담보제공명령을 내린다.

 

심문에는 원칙적으로 사건 당사자나 소송대리인 등이 직접 출석해야 하고 심문 시간은 건당 10분을 원칙으로 하되, 사안이 복잡하면 심문을 속행하거나 심문 후 종전과 같이 서면 심리를 하도록 해 악질 채권자를 가려내는 등 충실하게 심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의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가압류와 가처분 등이 남발되면서 이를 악용, 채무자를 압박하는 일부 악질적인 채권자가 양산되고 있다”며“채권자 심문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숙기자 ph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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