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까지 내린 지루한 추위를 떨치려고 남쪽바다로 간다. 박경리 기념관, 김춘수 유품전시관, 전혁림 묘소 등의 이정표가 예향 통영을 알린다. 윤이상의 그로테스크한 동양의 신비가 한 맺힌 부정형의 음표가 되어 가슴 적시고, 우체국 창문 앞에서 편지를 쓰고 가는 유치환의 환영도 산 매화 흐드러진 언덕위에 지나간 청춘처럼 투영 되었다. 욕지도 가는 뱃길에 부서지는 하얀 물거품이 돌담장에 널어놓은 옥양목 홋청 처럼 눈부셨고, 섬 산길은 봄볕에 익은 갈대들이 사각대며 쑥과 진달래와 정숙한 대비를 이뤘다. 쪽빛 물에 부유한 섬들이 꼬리 흔들며 파닥이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이곳이 진정 꿈의 고향 동양의 나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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