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 피해’ 공공기관 나몰라라

홀몸노인 빚 떠안아…  주소지 불명확 등 이유로 파산신청도 못해

“얼마 되지도 않는 재산이지만 앉은 자리에서 날리게 된 것도 아까운데 공공기관들까지 나몰라라 하니 더 서럽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네요.”

 

인천 부평구 부평2동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홀몸어르신 이옥현 할아버지(63)는 “살 보람을 잃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폐지라도 모아 조금씩 마련한 돈으로 느지막히 방 한칸짜리 전셋집이라도 얻어볼까 하는 마음에 은행을 찾았다 자신이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이복남매인 누님의 아들, 즉 조카가 자신의 인감증명서와 도장 등을 훔쳐 모 자동차영업소에서 본인 명의로 중형 승용차를 할부로 구매한 게 고스란히 자신의 빚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당시 1천900만원이었던 빚은 20년 가까이 지나면서 5천만원까지 늘어나 있었다.

 

자동차 회사에까지 찾아가 하소연해봤지만, 당시 차를 판매한 영업사원은 이미 퇴사한 뒤여서 소용이 없었다.

 

결국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이 할아버지는 여러곳에 수소문한 끝에 결국 조카를 고소하고, 파산신청을 내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인천지법을 찾았더니 주소지 불명확 등을 이유로 부천지원으로 가라고 하고 부천지원에선 서울로, 서울에선 다시 인천으로 가라고 돌려보낸 것이다.

 

법원의 한 직원이 적어둔 대로 파산신청에 필요한 서류도 힘들게 준비해갔더니 또다시 서류가 미비하다며 반려하기도 했다.

 

인천시의 무료 법률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을 뿐 마땅한 답변도 얻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파산신청을 하게 되면 힘들게 모아둔 돈을 다 내놓아야 한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지 도움을 받고 싶었는데 도와주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며 “아픈 다리로 부천에서 서울로 다시 인천으로 왔다갔다 하기만 하고 억울하고 답답해 홧병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kmk@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