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정치’ Web 2.0시대 정치인 최고 덕목은 ‘경청’
국회 상임위원장은 대부분 회의진행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질문은 주로 서면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3선인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민·안산 상록을)은 직접 정부부처 질의에 나서 항상 주목을 받는다.
질문이 많다는 것은 따질 것은 따지겠다는 입장으로 그만큼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 입장에선 곤혹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최중경 지경부장관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거부와 최근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UAE(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 수주 이면계약 유무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UAE 방문에 동행해달라는 청와대측의 제의도 거절, 눈길을 모았다. 이러한 소신과 개성은 그의 다양한 인생 역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을 만나 UAE 원전 수주 문제 등 최근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UAE 원전 수주와 관련, 최종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여전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최종계약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고, 정부가 밝힌 계약서 외에도 프로젝트 파이낸셜 등에 따른 후속 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이 진상조사단 입장이다. 정부가 180억달러에 원전을 수주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셜로 100억달러를 지원하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원전 수주가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인 만큼 국민에게 성과를 과대 홍보하는게 아니라 착실하게 실적을 쌓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UAE 원전 수주의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대통령의 UAE 방문에 동행을 요청받고 거절한 것을 두고 상생정치 제안을 거부했다는 아쉬움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데.
지경위원장으로 참석하길 바라는 대통령의 마음은 알겠지만 원전수주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 신중하게 판단했다.
-과기부장관 경험으로 볼 때 최근 여야 구분 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국민들과 약속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공약을 지켜야 한다. 지리적 여건을 볼 때 충청권이 적합하다. 충청권은 부근에 대덕연구단지, 오송·오창의 산업단지와 연계클러스터도 가능하고, 특히 충북은 광역단체 중 강원도와 함께 경제자유구역이 없기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을 설치한다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올해 상임위를 운영하면서 어디에 가장 주안점을 둘 계획인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 지수, 이익공유제 같은 여러 이야기들을 내놓고 있으나 현재 불공정한 관례들부터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이 깨져 물이 밑으로 새어 나가는데 열심히 붓는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정부 정책의 취지는 공감하나,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불공정한 경쟁구조부터 고쳐야 한다. 또한 원전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 원전 수주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 대책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원전 수주도 어렵다. 부지 확보만 하더라도 오랜 기간이 걸리는데, 국회가 적극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4·27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손학규 대표의 출마를 주장했는데.
손 대표의 분당출마는 손 대표에게 기회이고, 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패할 경우 상당히 불리해질 수밖에 없고, 이긴다 하더라도 대단히 활약했다고 평가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당은 민주당이 지는 지역이고, 이 지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고, 불가능한, 좁은 문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감동의 두레박을 길어 올리는 것이 국민을 감동시킬 것이다. 김해와 강원도는 상당히 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본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권도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또 국민회의 시절 도지사 경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데 김 지사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차기 도지사에 도전할 생각은.
김 지사가 최근 불법 후원금 의혹에 고전을 하고 있다. 좀 상황을 봐야 할 것 같고, 김 지사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좀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염두해 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저는 지금 지경위원장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먹고살 길을 찾는 것, 획기적인 정책을 내어 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3선 중진 의원으로 경기도에 기여도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18대 중간에 국회에 들어왔고, 들어오자마자 상임위원장이 됐다. 위원장이다보니 아무래도 지역문제만 올인하는 것은 어렵다. 크게 보아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고 중산층·서민이 살기 편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도민들을 위해서도 더욱 애쓰겠다.
-내년 19대 총선과 대선은 어떻게 보는지.
국민들 사이에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그 대안세력이 민주당인가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에 승리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고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착실히 준비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야권연대에 대한 견해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민주당과 노선이 같은 국민참여당과는 통합을 해야 하고, 노선이 다른 민노당·진보신당과는 연대를 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국민참여당은 연대해선 안 되고, 민노당과는 통합하면 안 된다. 국민참여당과 통합이 아니라 연대를 한다면 그것은 야합이자 분열이다. 이미 친노 세력이 민주당 내에서 정당성을 갖고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이런 원칙이 바로서야 국민 앞에 떳떳하고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원칙이 없기 때문에, 국민도, 당도 지금 도대체 무엇이 야권연대인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역문제에 대해 질문 드리겠다. 안산 추모공원 조성문제를 놓고 안산시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견이 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안산 추모공원 설립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들과의 합의인데 주민들은 시의 강행 방침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 두번째, 지금 도 전체적으로 화장장 수요가 충분하다. 오히려 도는 지자체별로 난립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다. 용인에 10기가 생기고, 인천도 5기를 증축 중이다.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안산 뿐만 아니라 시흥·화성·부천·군포 등도 화장장 문제로 골머리을 앓고 있기 때문에 여러 지자체가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엄청난 세금을 들여 적자의 화장장을 만들면 안 된다.
-안산은 공단이 밀집한 도시로 공단에서 내뿜는 악취 및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데 대책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반월시화 산단의 입주기업 임차업체 수가 2004년 2천942개에서 2009년 6천969개로 5년간 4천27개 증가했다. 영세한 임차 업체가 증가하다보니 수질 및 대기오염 환경배출과 용수 과다사용업체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구조고도화를 통해 입주 후 관리전향 대책과 감시활동 강화, 자발적 환경준수기업 인센티브 제공 등이 대안이 될 것이다. 지경위원장으로 구조고도화 사업이 착실히 진행돼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시화·반월공단이 위치한 안산은 많은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독일은 1천개의 탄탄한 중소기업이 있고 이들이 수출의 역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구조다. 대기업이 기술을 빼어가고, 중소기업이 조금 컸다 싶으면 견제하기 때문에 도저히 중소업체들이 성장할 수가 없다. 정부는 구호성 정책을 내고 있다. 중소기업이 장기적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R&D에 지원해야 하고, 중소기업 내수 판로 개척과 해외 수출을 위해 실질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안산의 최대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안산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산 대표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시화·반월공단이 영세화 돼 중소기업들과 유기적으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대기업·대표기업 유치가 시급하다. 제가 여러 기업들을 만나 경기도·안산 지역에 대해 소개했고 일부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다. 대표기업 유치를 통해 중소기업부터 골목상권에까지 경제의 온기가 가도록 해야 한다.
-19대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지역구 활동은 어떤지.
지난해 여름, 국회의원으로는 최초로 가상스튜디오를 활용한 1인 방송국을 개국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방송국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WEB 2.0의 참여·공유·개방의 장점에서 교훈을 얻었다. 정치도 변해야 한다. 유권자와 정치가 융합하는 폴리틱스 2.0으로 가야 한다. 현재 지역구민들을 통해 영상자서전을 만들면서 그들의 삶을 듣고 배우고 있다. 엄청난 컨텐츠이고, 이것을 플랫폼 정치라고 부르고 있다. ‘나를 따르라’는 정치보다 운동장,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국민의 소리를 한줌한줌 주워 담는 역할을 하고, 그것을 모아 정책을 만들려고 한다. 과거 말을 잘하는 사람이 정치를 했지만, 웹 2.0 시대에 정치인의 최고 덕목은 ‘경청하기’이다. 주민들 하나하나를 만나고 듣는 것이 지역구 활동의 제1의 원칙이다.
대담=최종식 정치부장 choi@ekgib.com
정리=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김 영 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소리를 주워 담는 정치를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강해인기자
국회 상임위원장은 대부분 회의진행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질문은 주로 서면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3선인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민·안산 상록을)은 직접 정부부처 질의에 나서 항상 주목을 받는다.
질문이 많다는 것은 따질 것은 따지겠다는 입장으로 그만큼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 입장에선 곤혹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최중경 지경부장관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거부와 최근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UAE(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 수주 이면계약 유무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UAE 방문에 동행해달라는 청와대측의 제의도 거절, 눈길을 모았다. 이러한 소신과 개성은 그의 다양한 인생역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을 만나 UAE 원전 수주 문제 등 최근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안산 상록을)은 인생역정 만큼이나 톡톡 튀는 의정활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의원(56)은 충북 괴산출신으로 청주고와 연세대 치대와 경제대학원을 졸업했고,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노동자 생활을 하다 15년만에 대학을 졸업한 한 뒤 치과병원을 개업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 3선 의원이자 무려 15권의 시집과 수필·평론집 등 저서를 펴낸 문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9년 10월 재보선을 통해 18대 국회에 입성한 뒤에는 초선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물론이고 IT(정보통신기술)·BT(생명기술), NT(나노기술),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조예를 가진 그는 이번 4·27 재보선에 손학규 대표의 성남을 출마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UAE 방문에 동행을 요청했다가 거절을 당했다.
이처럼 그는 지식경제위원장으로써 IT와 벤처 육성을 국정 지표로 삼았던 ‘국민의 정부’ 시절 내각을 경험했던 만큼, 현재 지경부가 안고 있는 IT와 중소·중견기업 정책 전반에 대해 심도있는 평가와 그에 따른 방향 제시하고 있다.
강해인기자 hik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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