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조의 혼 깃든 심곡서원 고목

찬 바람 내리는 마당에 들어서자 유생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고 가랑잎 쌓인 널따란 울 밖 풍경은 겨울 끝의 서정을 더했다. 정암이 식재했다는 500년생 보호수(느티나무)가 두 그루나 있고 뒤란에 380년생 보호수(은행나무)가 한 그루가 더 있는데 각기 다른 품위가 느껴진다. 특히 부동자세로 꼿꼿이 서있는 은행나무는 강직한 조광조의 개혁정신을 닮아 눈 부라리고 범부를 직시했다. 완결하지 못한 개혁은 그가 받은 사약의 담보물이었을까? 불가능한 꿈이 되고만 명현의 이상은 결국 왕을 향한 절명시를 토해낸 채 끝났지만, 지금 서원 앞 야산에 잠든 그의 묘소엔 하루 종일 따사로운 양광이 후세의 칭송처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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