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는 4일 “캄캄한 어두움을 밝히는 양심, 진실을 밝히는 양심이 대한민국을 만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왕·과천)의 ‘박종철 열사와 6월 민주화 운동’ 출판기념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당시 수사검사로서 진상을 밝혔던 안 대표의 양심을 치하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 저는 안양교도소에 있었고, 박종철군이 죽었다고 했을 때 고문으로 죽었다고 생각했었다”고 회고하며 “나도 남영동 분실에는 80년에 열흘간 들어가 고문을 많이 받았고, 그때 기억이 너무나 끔찍해 이후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흔히 한나라당이 민주주의를 탄압한 당이라고 하는데 검사직을 쫓겨나면서까지 진실을 밝힌 양심이 한나라당에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이재오 특임장관을 가리키며 “저는 이런 짓(민주화 운동) 하다가 두번 감옥에 갔지만 이 장관은 다섯 번이나 갔다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뒤 “한나라당에는 산업화 세력 뿐만 아니라 이처럼 민주주의 운동한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축사를 통해 “6월 민주화 항쟁의 성공은 안 검사의 양심적인 정의감이 이뤄낸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박 의장은 “당시 나는 부산지검장으로 있었는데 서울지검 평검사였던 안 검사가 왜 그렇게 하나, 어쩌려고 그렇게 하나 안타깝게 생각했었다”면서 “어릴 때 절에 다니며 힘들게 공부해 검사된 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있느냐”고 반문한 뒤 “그런데 나는 그때 안 검사 덕을 봤다. 그 사건 때문에 윗 사람이 많이 날라가(옷을 벗어) 부산지검장에서 부산고검장으로 단숨에 승진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안 대표는 인사말에서 “이 책은 1995년 ‘이제야 마침표를 찍는다’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던 책을 16년만에 재출간한 것으로, 많은 분들이 6월 민주화 운동과 이를 촉발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 조작 내용이 역사적 자료로 보존될 필요가 있다고 요청해서 사료의 의미로 책 이름도 ‘박종철 열사와 6월 민주화 운동’이라고 바꿨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한 “지난 1월14일 박종철 기념관을 가보니 추모객도 거의 없고 꽃다발도 없어서 너무 쓸쓸해 책을 빨리 출간해 알려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젊은이들이 조국과 미래희망·비전, 국가관, 민주주의 신념을 놓고 밤새 토론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되살아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여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인 탓에 박 의장과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병국 문화체육부 장관(양평·가평), 김 지사, 김덕룡 대통령실 국민통합특보, 여야 의원, 의왕·과천 지역주민과 지지자들이 대거 참석, 대성황을 이뤘다.
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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