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타협 그후…벼랑 끝 가족들 자살까지 내몰려

<현장속으로> ‘쌍용차 사태’ 아물지 않은 상처

3일 오전 11시께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

 

지난달 26일 생활고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노제 이후 1년여만에 다시 세워진 천막 주변곳곳에는 ‘쌍용차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어지럽게 내걸려 있었다.

 

확성기를 통해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노동가’와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국회에서의 기자회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쌍용차 노조원 10여명은 쌍용차 사태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음을 짐작게 하고 있었다.

 

향 내음이 풍겨나오는 천막 내부로 들어서자 고인이 된 A씨의 간이 빈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참 성실하고 자상한 분이셨는데….”

 

전기장판과 이불에 의지한 채 생활정보지를 뒤적거리던 K씨(37)가 기자를 맞았다.

 

K씨는 지난 2009년 6월 정리해고된 이후 우유배달을 통해 버는 월 35만원과 1천만원의 퇴직금을 쪼개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퇴직금마저도 바닥나면서 24평짜리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기 위해 생활정보지를 보고 있었다는 K씨는 9살과 7살, 3살박이 자녀와 부인을 생각하면 앞날이 캄캄하다고 털어놨다.

 

‘쌍용차 낙인’ 취업도 힘들어 우유배달 등으로 간신히 버텨

 

정리해고·무급휴직자 500여명… 가족 등 14명 자살 ‘충격’

K씨는 “쌍용차 노조원이라는 낙인이 찍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정리해고자와 무급휴직자들이 심각한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K씨와 같은 생활고를 겪고 있는 쌍용차 정리해고자와 무급휴직자들은 모두 500여명. 이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 직원과 그 가족들은 모두 14명에 달하고 있다.

 

황인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1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 사태는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정부와 사측은 무급휴직자를 재고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8·6합의문을 하루속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과 시민단체, 쌍용차 노조원 등은 이날 오후 2시께 국회에서 쌍용자동차 문제의 사회적 대타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쌍용자동차 홍보팀은 “노사합의안에 무급휴직자는 1년 경과 후 복직시킨다는 내용이 있지만 2교대 근무를 할 수 있는 생산물량이 돼야 복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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