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밥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나른한 입맛 살릴 제대로 된 한정식

3월, 한파도 물러가고 봄 기운이 생동하는 때이지만 웬지 몸은 나른해져만 가고 춘공증에 기운까지 없어지기 쉬운 계절이다. ‘한국인의 힘은 밥상에서 나온다’는 말을 되새겨볼 때다.

 

한국 사람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밥’. 요즈음 빵과 과자, 패스트푸드에까지 밀려 쌀 소비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기이지만, 김 솔솔 나는 뜨끈한 밥 한끼는 여전히 우리에게 없어선 안 될 보약이다.

 

그리고 그 쌀밥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쌀로 유명한 ‘이천’이다.

 

밥의 질감과 컬러에 꼭 들어맞는 옹기와 도기가 주를 이루는 도요지 인근에 가면 도로변에 즐비한 쌀밥집에서 나른한 입맛도 되찾고 일상의 피로도 날려보낼 수 있다.

 

이천 쌀밥집 중에서도 원조의 맛은 단연 퓨전 한정식 집 ‘도락’(이천시 신둔면 한국도요 內)에서 맛볼 수 있다.

 

도락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고소한 밥 냄새가 출출한 여행객의 허기를 참을 수 없게 한다. 그래도 밥상을 받으려면 족히 20~30분은 기다려야 한다. 밥을 미리 지어 놓는 게 아니라 손님이 들어와서 주문을 한 다음 모든 음식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넋놓고 기다리게만은 하지 않는다. 친절하게도 미각을 돋궈주기 위해 훈제오리로 만든 샐러드를 제공하는 것. 쫄깃쫄깃한 훈제 오리와 야채가 달콤한 소스에 어우러져 향기로운 맛까지 내는 데 한 번 젓가락을 가져가면 그릇 밑바닥이 보일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

 

훈제오리샐러드를 먹고 나면 매일 아침 만든 두부가 주재료인 두부샐러드와 전, 잡채, 된장찌개, 게장, 묵무침 등이 줄줄이 나온다. 깔끔하게 담겨져 나온 정갈한 음식들을 보면 얼굴에 미소가 절로난다.

 

샐러드부터 천천히 음미를 시작하면 어느새 솥에 갓 지은 쌀밥이 나온다. 뚜껑을 열자 하얀 김과 함께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빈 그릇에 수북이 담아내고 한 숟갈 떠서 정갈한 산나물무침을 올려 한 입 가득 넣어보면 그 맛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어느새 불려놓은 누룽지의 구수함이 숟가락을 다시 들게 한다. 그 어떤 화려한 후식이 대신할 수 없는 맛이다..

 

도락의 모든 음식의 맛은 주인장의 손끝에서 나온다. 전문 요리사로 젊은 시절엔 하루 16시간이 넘게 일하며 연마한 솜씨로 최상의 음식을 제공해서인지 맛깔스런 경기 으뜸 음식점으로 선정된데다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한정식 메뉴는 1만원부터 3만원까지 다양하며 떡갈비, 보쌈, 버섯 불고기, 황태구이 등은 따로 주문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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