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야동 보는 고릴라' 죽었다

'귀하신 몸' 로랜드고릴라 2세 만들기 위해 생식기 보관

서울대공원, '귀하신 몸' 로랜드고릴라 2세 만들기 위해 생식기 보관

국내에서 단 한 마리밖에 없는 수컷 로랜드고릴라가 후대 없이 노환으로 숨져 동물원 사육사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22일 서울동물원에 따르면 49세로 추정되는 로랜드고릴라 '고리롱'이 숨진 것은 지난 17일 오후 8시 10분쯤.

바나나 1kg과 사과 1.3kg, 닭 한 마리 등 하루 평균 10kg에 육박한 사료를 먹어치웠던 고리롱은 지난 2008년부터 노환으로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야생 고릴라의 평균 수명이 30~40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고리롱의 나이 49 사람으로 치면 80~90세, 즉 '할아버지'에 해당한다.

문제는 고리롱이 숨지면서 로랜드고릴라 '2세'를 갖기 위한 동물원 사육사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

로랜드고릴라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데다 몸값이 10억원이 넘어 현실적으로 수입이 어렵다.

때문에 서울대공원은 지난 1968년 1월 한국에 첫발을 내딘 고리롱에게 지난 2004년 15세 연하의 암컷 로랜드고릴라 '고리나'를 짝으로 붙여줬다.

하지만 고리롱이 창경원 동물원에서 지내던 시절 문틈에 발가락이 끼어 양쪽 발가락 절단수술을 받은 후유증을 앓고 있던데다 부부간 성격차이로 원만한 부부생활을 할 수 없었다.

이에 서울대공원은 지난해 2월부터 강남 차병원 비뇨기과 박정원 교수팀과 함께 로랜드고릴라 2세를 갖기 위한 '실버리본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들에게 고릴라들의 짝짓기 장면이 담긴 '동물 포르노'를 보여주는가하면 발기부전 치료제까지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아내 고리나가 나뭇가지를 머리에 꽂고 몸을 부비는 등 애정공세를 펼칠 때마다 고리롱은 멀뚱히 먼 산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처럼 사육사들의 '눈물 겨운' 노력을 뒤로 한 채 고리롱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서울대공원측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인공수정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고리롱의 생식기를 보관·검사키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고릴라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조직세포를 냉동보관하고, 고리롱의 표피와 골격을 박제처리해 6개월 뒤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또 한 달 동안을 고리롱 애도기간으로 정해 동물사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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