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100弗 돌파… 산업계 ‘비상’

중동發 유가불안에 30개월만에 마지노선 붕괴

코스피 급락… 5일 넘으면 위기단계 ‘주의’ 격상

중동 민주화 요구 시위가 확산되면서 두바이유 국제 현물 거래가격이 30개월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우리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에 부담이 가중되면서 코스피가 연중 최저를 기록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1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거래일보다 1.40달러(1.40%) 오른 배럴당 100.36달러에 거래됐다.

 

두바이유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0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2008년 9월8일(101.83달러) 이후 거의 30개월만이며,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가격 상승으로 국내 기름 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동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당장 항공과 자동차 등 기름을 원료로 사용하는 업계에는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고,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력에 직면한 정유업계도 난처한 상황이다.

 

기름값 인상이 원자재가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산업계 전반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선 가장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항공업계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연평균 각각 347억원, 107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양사 모두 오래전부터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유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 정제이윤이 커져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에 유가상승을 호재로 여겼지만 정부가 ‘기름값 잡기’에 나서며 국내 제품 가격을 인하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난감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물가를 포함한 정부의 거시경제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가 급등이 에너지 가격이나 공업제품은 물론 전체 소비자물가에 강한 상승압력을 주고 민간소비나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까지 오름세를 보이면서 상승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도 중동지역 불안에 외국인 매도까지 더해지며 1천960선대로 밀려나면서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장중 1천958.77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전날보다 35.38p(1.76%) 내린 1천969.92에 마감됐으며,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8.53p(1.64%) 하락한 512.06에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절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는 공공기관 실내온도 준수, 승강기 운행 50% 축소, 승용차 요일제 등을 시행 중이며, 26일까지 100달러를 넘어서면 공공기관과 아파트 등의 경관 조명과 상업시설의 옥외광고물 등을 소등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유가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두바이유가 5일 이상 100달러를 넘으면 에너지대책회의를 열어 위기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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