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과 금남정맥

전북 진안군과 완주군에 걸쳐있으며 호남, 노령산맥들과 동거하는 금남정맥의 주봉(主峯)이 운장산이다. 동봉을 거쳐 정상을 정복한 후 다시 서봉을 지나면 연석산을 만나게 된다. 억센 산죽을 헤치며 눈이 정강이를 파묻는 비탈길을 좀 더 치달아 연동마을로 하산한다. 스패츠(spats)를 두고 온 건 가장 큰 실수다. 신발 속으로 들어간 눈이 얼었다가 다시 체온에 녹아 질벅거리고, 허기와 추위는 수미산 코라의 고행을 떠올리게 했다. 삼한 사온을 저버린 혹독한 추위가 좀체 끝날 것 같지가 않다. 버스 안에서 녹은 몸이 스르르 졸음을 몰고 왔다. 영화 ‘닥터 지바고’ 속 오마샤리프가 되어 라라의 테마를 들으며 눈 덮인 시베리아를 주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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