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된 국립축산과학원 직원들 40여일째 생이별… 개학 맞은 자녀들 못 돌봐줘
“종축 사수의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어요, 하지만 휴대폰을 통해 훌쩍이는 외동딸의 목소리를 들으면 축산과학원 담장이라도 뛰어넘고 싶은 심정입니다.”
8일 수원 오목천동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부부가 함께 근무하고 있는 K씨(43)와 S씨(여·40). 이들은 지난달 3일부터 격리조치되면서 40여일째 초등학교 5학년인 외동딸과 생이별을 하고 있다.
이때문에 딸은 1월초부터 부모님과 친척집 등을 옮겨가며 떠돌이 생활을 하다시피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일 학교가 개학을 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S씨는 “딸아이가 등교를 위해 지난주 집으로 왔지만 봐줄 사람이 없어 시부모와 친정부모가 번갈아가며 아이를 돌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학기가 시작되기전에 부족한 교과목에 대한 학원 선정과 등교시 준비물 등을 챙겨줘야 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딸아이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처럼 격리조치된 연구원 등은 수원 국립축산과학원에만 142명. 이중 18명은 자녀를 둔 기혼자여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축산과학원 직원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천안의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허탈감이 크다.
초등학교 2학년·5학년, 중학교 1학년 아들 삼형제를 두고 있는 여직원 N씨는 “몸이 불편한 팔순 노모가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지만 식사와 빨래를 해 주는 것도 버거운 형편”이라며 “학업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예민한 시기여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데 살펴줄 수 없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처럼 격리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자녀들의 육아와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육아휴직까지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아이를 출산한 C씨(37)는 1월1일 복귀한 뒤 이틀만에 격리조치된 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고심끝에 지난 1일 결국 2개월간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10개월된 아들과 3살짜리 딸을 두고 있는 C씨는 “아이들을 몸이 불편한 친정 어머니께 맡겨 왔는데 더 이상 보시기 힘든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휴직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루빨리 구제역이 종식돼 어린자녀들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며 축산과학원을 지키고 있다.
최원재기자 chwj7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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