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일출을 보러 떠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설이다. 성묘 차 대전 국립현충원에 들렀다 찾은 곳이 계룡산 갑사다. 느티나무와 갈참나무, 고로쇠나무와 소나무가 자연스럽게 섞인 아름다운 산문 길은 혼탁한 정신을 맑게 정화해 준다. 풀린 날씨에 쌓인 눈까지 녹아 촉촉한 길이 봄비라도 온 듯 푸근하다. 대웅전 부처 앞에서 잠시 합장할 때, 등 뒤에서 투두둑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산다는 게 무엇인지,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삶에 대한 죽비 같아 내심 뜨끔했다. 전해당 추녀에 주렁주렁 매달린 메주가 정겨움을 더해, 좁아진 심로를 시원스레 열어준다. 사천왕문 밖에 도열한 나무들도 힘 있고 가지마다 푸른 수액이 올라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억울하게 한 살 더 먹었지만 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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