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장기화로 식당마다 재료 못구해 ‘죽을맛’
“47년째 해온 식당문을 언제 닫게 될지 모르니 명절이 괴롭기만 합니다”
백암순대로 유명한 용인시 백암면 백암리에서 47년째 순댓국밥 전문점(제일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는 박애자씨(69)는 구제역 탓에 설을 맞아서도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구제역 여파로 소·돼지의 도축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료수급에 차질이 발생, 식당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100㎡ 남짓한 공간에 20여개의 테이블이 놓인 이 식당의 손님 중 90% 이상은 단골손님인 탓에 구제역 여파에도 손님은 크게 줄지 않았다.
하지만 구제역이 장기화되면서 재료 수급이 힘들어지자 박씨는 찾아오는 손님을 되돌려 보내야 할 판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박씨는 서울 마장동의 도매상에서 매일 최고급 돼지고기와 순대의 주 원료인 선지 등을 수급하고 있지만 구제역 발생으로 소와 돼지의 살처분이 계속되고 물량부족으로 도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료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박씨는 “47년동안 문을 닫아본 날은 이틀에 불과할 정도로 명절에도 손님을 기다렸죠. 손님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것을 최고의 보람으로 삼았기때문이예요. 재료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면 손해를 감수할 수 있지만 고기 자체를 구하기가 힘들어 걱정”이라며 한숨쉬었다.
제일식당 인근에 위치한 중앙식당의 사장도 “당장 찾아오는 손님을 돌려보낼 정도는 아니지만 구제역이 수그러들 줄을 몰라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돼지는 최소 6개월 이상 키워야 도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료가 끊기면 언제 다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백암리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를 이용한 전통 식당들 대부분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원역 앞에서 40년째 순댓국밥을 팔고 있는 정경미 사장은 “손님은 계속 찾아오는데 내놓을 고기가 없다”며 “요즘 너무 답답하고힘들어 괴롭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7일부터 돼지 수매가 이뤄져 도축이 재개되면 어느 정도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병의기자 redsic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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