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재래시장, 물가 오른데다 대형마트에 밀려 매출 ‘뚝’
23일 오후 4시께 강화군 강화읍 강화풍물시장.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채 겹겹이 옷을 끼워 입은 상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인의 허리춤에 차 있어야 할 전대가 상점 한 구석에 내동댕이 쳐져 있는 곳도 있었고, 문을 닫은 점포도 적지 않았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모씨(57)는 “매년 이맘 때면 갈비 세트 등을 주문 받느라 정신이 없어야 하는데, 구제역으로 매출이 대폭 줄었다”며 “가게 문 여는 것과 TV 보는 게 요즘 일과”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건어물상을 하고 있는 김모씨(65·여)도 “강화특산물 등 좋은 상품들을 보여 달라는 손님들은 없고,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저렴한 상품들만 찾는다”며 “매출이 예년에 비해 절반 정도 줄었고, 젊은 손님들은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재래시장 설 특수가 한파와 구제역 등에 파묻혀 실종되고 있다.
동구 송현동 송현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상인들은 “배추나 무 등 원자재값이 15~20% 올랐지만 소비자들의 가계사정도 어려워 제값에 판매되지 않는데다 대형마트의 세일 판매 홍보로 인한 이중고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역 최대 한복 판매점이 있는 동구 송림동 중앙시장 상점 곳곳에는 ‘세일’이라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었지만, 손님들이 없이 상인들만 상점을 지키고 있었다.
한복점 운영하는 이모씨(62·여)는 “하루종일 돐 한복(1벌 6만원) 두벌 밖에 못 팔았다. 소비자들이 결혼식이나 명절때 한복을 맞추지 않고 한복대여점에서 빌려 입는 경우들이 많아졌다”며 “20여년 동안 해온 장사를 접어야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시장번영회 관계자는 “상인들의 힘들다는 하소연이 예년에 비해 늘었다”며 “설을 앞둔 오는 29~30일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기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현범·박용준기자 powervoic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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