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장면 보려니 먹통’ 택시들, 블랙박스 외면

잦은 오작동·메모리칩 비용 부담에 실효성 논란

“정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작동하지 않는 영상기록장치에 정기적으로 돈을 들일 필요가 있나요”

 

15년째 개인택시를 몰고있는 H씨(58)는 지난달부터 영상기록장치를 아예 끈 채 택시운행을 하고 있다. 지난달 화성시 병점사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달려오던 5t 트럭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지만 영상기록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H씨는 지급받았던 영상기록장치를 떼내고 상시 녹화가 가능한 영상기록장치를 구입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수원 A법인택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K씨(46) 역시 5개월째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영상기록장치 메모리칩을 교환하지 않고 있다. 1년간의 무상 A/S기간의 만료로 인해 2~3개월마다 한번씩 1만5천원의 칩 교환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K씨는 “반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내비게이션 메모리칩과는 달리 영상기록장치 메모리는 2~3개월에 한번씩 교환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더욱이 사고 발생시 잘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잦아 기사들 상당수가 영상기록장치에 돈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내 영업용 택시에 설치된 ‘영상기록장치’(택시 블랙박스)가 잦은 오작동과 메모리칩 교환비용 등으로 인해 상당수 택시기사들로부터 외면,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09년 6월 23억여원의 예산을 지원, 도내 193개 업체의 법인 택시와 개인택시 등 3만4천400여대의 영업용 택시에 영상기록장치를 장착도록 했다.

 

하지만 메모리칩 교환 비용과 오작동 등으로 인해 상당수 택시기사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외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서 교통계 관계자는 “영상기록장치가 있을 경우 사고처리에 큰 도움이 되지만 상당수 기사들이 아예 끈 채 운행하거나 칩을 교환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영상기록장치의 정비와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장착 의무화 등이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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