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생육부진·동해피해·난방비 부담 ‘3중고’

“30년만에 최악의 해” 얼어붙은 농심

“열무가 잘 자라지 않을 정도로 추운 날씨는 농사 경력 30년 만에 처음입니다.”

 

연초부터 ‘10년 만의 맹추위’가 기승을 떨치며 연일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는 가운데 농민들의 마음도 한없이 얼어붙고 있다. 하우스 시설에서 재배하는 채소·화훼 및 과수농가들이 작물의 생육부진과 동해 피해, 난방비 등이 엎친 데 덮쳤기 때문이다.

 

영하 10도를 밑돈 칼바람이 몰아친 17일 오후 수원시 고색동 하우스 일대. 하우스 안에는 30~40일 전에 파종한 열무가 생육이 부진한 채 드문드문 빈 곳을 드러내며 자라고 있었다. 보온을 위해 비닐과 부직포를 활용, 두겹으로 씌워뒀던 덮개를 치워 햇빛을 보게 하려는 정영운씨(52)의 손놀림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씨는 “낮에도 영하 4~5도를 기록하질 않나 20일 가까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지속되면서 일조시간이 2~3시간이나 줄어들었다”며 “하우스 천장에 생기는 결빙으로 햇빛 투과도 안되는 상태”라고 한탄했다.

 

이처럼 한파와 일조 부족 등으로 생육조건이 악화되면서 수확까지 75일이 소요되는 열무의 생장이 지연, 정씨는 정상적인 열무 출하가 평소보다 2주가량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시금치를 심으려고 비워뒀던 5개동 하우스는 땅이 얼어붙어 밭을 갈지 못해 한 달째 빈 땅으로 놀리고 있다.

 

정씨는 “이 상태로라면 7작기 중 1작기는 포기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연간 20%의 소득 저하가 우려된다”며 “태풍에 당하고 추위에도 속수무책이니 농사 짓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진병호씨(52)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천600㎡의 하우스를 3겹으로 보온하고 있지만 작물이 얼거나 통로가 얼어붙는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구제역 여파로 소비 부진으로 경락가격 인하 여파까지 겹쳐지면서 2천만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진씨는 “올해 겨울 농사는 망쳤다”면서 허탈해 했다.

 

이와 함께 심비디움(난)을 수출하는 농가들도 온풍시설을 가동할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한참 따뜻하게 키워야 할 난들을 어쩔 수 없이 추위 속에 놔두고 있으며 이천 장호원의 복숭아 농가들도 지난해 초 입은 동해 피해가 올해도 지속될까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전국적인 한파특보로 과수 및 시설작물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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