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리면 부패 속도 빨라져… ‘2차 환경피해’ 불보듯
구제역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134만여두의 가축이 살처분되면서 해당 지역주민들과 전문가들은 앞으로 날씨가 풀리면 가축들의 부패 속도가 가속화돼 침출수에 의한 2차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0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19개 시·군 974농가에서 가축 64만560여두를 살처분 한 가운데 매몰지 22곳이 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한데 이어 도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연천·파주 등 경기북부 7개 시·군의 매몰지 주변 지하수 55건을 조사한 결과 8건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금은 강추위로 땅이 얼고 부패도 늦어 침출수 발생이 늦춰지고 있지만 앞으로 날씨가 풀리면 어찌될 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며 “여름철 폭우에 한꺼번에 유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축산위생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메뉴얼에 따라 가축들을 매립하더라도 침출수에 의한 2차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살처분 대상 가축이 늘어난데다 방역활동 등으로 일손이 달려 이 같은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가축을 생매장하면서 차단 비닐이 훼손되고 저류조 설치도 2~3일 뒤에 이뤄지는 등 침출수 오염 방지를 위한 초기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재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적었던 포천시의 경우도 뒤늦게 지하수의 오염이 나타났다.
지난해 1월 포천시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경기 북·동부권 4개 시·군의 40개 지역에서 총 5천770마리의 가축이 매립됐으나 같은해 7월 환경부가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 수립지침’에 따라 매몰지 주변 지하수 수질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14곳에서 유아 빈혈을 일으키는 질산성질소와 일반 세균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축산위생 전문가 A씨는 “이런 상태라면 침출수에 의한 ‘2차 오염’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살처분 매립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문제가 있는 곳에 대해서는 재매립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매립지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로 2차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철저한 작업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침출수가 새어나올 수 있다”며 “농림수산식품부와 환경부 등과 공동으로 합동조사를 실시해 추가 피해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원재·권혁준기자 chwj7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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