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축사… 어찌 살지 막막”

구제역 살처분 한달 양주시 축산농가

한우 40여마리 살처분… 삶의 의지마저 꺾여 ‘망연자실’

 

“텅 빈 축사에 들어설 때면 살처분 당시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9일 양주시 남면 상수리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김귀성씨(64)는 삶의 의욕을 잃었다는 듯 먼 산만 바라보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12월14일 전까지만 해도 650여㎡ 남짓한 축사에서 한우 41마리를 정성스럽게 키웠다.

 

더욱이 자식같이 키우던 소 가운데 암소 10여마리가 오는 2월과 3월에 출산을 앞두고 있어 농장 경영개선에 한 몫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10여년전 전재산을 털어 축산업에 뛰어든 김씨는 자신의 농장에서 고품질 한우를 직접 육성해 팔아온 돈으로 자식들의 교육과 결혼, 손자·손녀들의 학원비와 용돈까지 챙겨주는 자상하고 책임감 넘치는 가장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김씨의 농장과 불과 100m안에 위치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 확진판정이 나면서 살처분대상 농가에 포함된 것이다.

 

결국 김씨가 걸어온 축산인의 길은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는 “그동안 자식처럼 키웠던 송아지들이 나를 원망하며 바라보는 눈망울이 아직도 선하다”며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어 자식같이 키운 소들을 차가운 땅속에 묻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뒤 눈시울을 적셨다.

 

구제역의 여파는 살처분에 대한 심적 고통뿐만 아니었다. 분만을 앞두고 있는 어미 소와 송아지를 위해 먹일 고단백 사료까지 비싼 값에 들여 놓았지만 소가 매립됨에 따라 이 모든 것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돼 생활의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최근 살처분보상금의 50%를 우선 지급받은 김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상금만으로 가족들을 돌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며 살길에 대한 막연함을 호소했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는 다시 축사에 새로운 소들을 입식시켜야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불분명하기에 그는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양주시 한 공무원은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에는 우제류 동물을 3개월여 동안 키운 뒤에 돼지나 소 등의 입식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이상열기자 sy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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