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상징에서 퓨전요리로 우뚝

원조의 맛  의정부 부대찌개

“흔해 빠진 게 부대찌갠데, 의정부까지 가서 꼭 먹어야해?”, “사실 부대찌개 맛이 거기가 거기 아냐?”

 

틀린 말도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은 먹어봤을 정도로 이미 대중적인 메뉴가 되어버린 부대찌개. 그러나 원조의 맛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부대찌개의 원산지인 의정부부대찌개엔 정말 특별한 ‘맛’이 있다. 맛도 맛이지만 과거 우리 서민들의 가난과 배고픔의 기억이 서려있어 더 특별하다.

 

지난 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60년 전의 6·25로 돌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바로 그 60년전 6·25가 부대찌개가 태어난 해다.

 

부대찌개는 전쟁 직후 식량난에 허덕이던 사람들이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의정부에 주둔해있던 미국부대에서 버린 햄과 소시지를 이용해 끓여먹었던 것이 그 유래다. 당시 미국 대통령 존슨의 성을 따서 ‘존슨탕’ 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부대찌개는 근대사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음식인 셈.

 

그러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음식이 차츰 주변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1960년대 초 당시 양주군청 옆 골목 일대에 처음으로 부대찌개 식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이후 가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의정부 부대찌개거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 부대찌개는 의정부의 명물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퓨전요리로 꼽히고 있다.

 

30여개의 식당들이 즐비한 의정부 부대찌개거리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맛은 조금씩 달라도, 어느 가게든 6천원~7천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의정부 부대찌개는 서민들에겐 친구 같은 존재가 됐다.

부대찌개거리의 원조 중 원조는 바로 허영만 작가의 만화 ‘식객’(食客)에도 등장했던 ‘오뎅식당’이다.

 

자그만치 50여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오뎅식당(031-842-0423)은 단연 부대찌개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처음 이 곳으로 가게를 열기 시작하면서부터, 백 발이 된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홀서빙을 하고 있는 주인 허기숙 할머니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 맛만큼이나 정겹다. 그래서인지 길게는 30년 넘는 단골들이 아직도 많이 찾고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까지 3대에 걸쳐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단다. 여느 현대식 건물처럼 번듯하지는 않지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져 오히려 정겨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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