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불참 ·산만한 진행 …아쉬움만 남은 MBC연예대상

MBC 방송연예대상, 2%부족한 점은 무엇?

29일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방송연예대상은 다른 어떤 해보다도 아쉬움이 많은 해였다. 고질적인 공동수상이나 몰아주기는 둘째치고라도 방송연예대상의 꽃인 대상 수상에서 시상자와 연출진의 사인이 안 맞아 최악의 스포일러가 유출됐고 불참자가 속출해 수상자의 판넬이 대신 상을 받는 해프닝이 일었다. 아쉬움만 남았던 MBC방송연예대상의 2%부족한 점을 들여다 보았다.

 

 

◈황희만 부사장…역대 최악의 스포일러 유출

 

어느 시상식이든 대상발표는 시상식의 꽃이다. 다른 부문은 수상자에게 미리 언급을 하거나 우회적으로 알릴 수 있지만 대상만은 비밀리에 남겨놓는 게 방송가의 철칙이다. 시상자들은 무대에 오른 뒤 음악이 일정시간 울리면 제작진의 사인과 함께 대상 수상자의 이름이 든 봉투를 개봉해 호명한다.

 

그런데 올해 MBC방송연예대상은 생방송 중 대상수상자를 시청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대과오’를 범했다. 이날 대상 시상자로 나선 MBC 황희만 부사장은 무대에 오른 뒤 음악이 장내에 울려 퍼지자마자 봉투를 열고 수상자를 호명했다. 맥이 빠지고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더욱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무한도전’, ‘놀러와’의 유....”라는 황부사장의 호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MC 이경실은 “방송을 모른다”는 핀잔과 함께 잠시 틈을 두고 재호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 절반 이상이 대상 수상자를 알아채버렸기 때문에 굳이 재호명을 요청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황부사장의 발표를 중간에서 끊은 이경실의 진행은 황부사장의 스포일러 유출과 더불어 이날 방송의 가장 큰 옥에 티로 꼽혔다.

 

◈여성투톱 MC 이경실 ·박미선,산만한 진행 눈살

 

올해 MBC방송연예대상은 ‘세바퀴’에서 찰떡호흡을 과시했던 이경실, 박미선을 MC로 내세웠다. 그러나 ‘세바퀴’ 무대가 너무 익숙했던 탓일까. 이경실과 박미선의 진행은 시종일관 산만하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인상이었다.

 

특히 수상자 태반이 후배였던 이경실은 후배들을 낮추는 듯한 어투로 시청자들의 불쾌감을 샀다. 이경실은 강호동에게 “한복을 입고 연지곤지를 찍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하겠다”라고 말했고 시상자로 나선 정준하에게는 “왜 코를 먹고 그래요? 천하의 무한도전팀인데 코를 먹으면 되겠나요?”라고 지적하는 등 사석에서나 가능한 농담으로 일관했다.

 

또한 대상 시상자로 나선 황희만 부사장이 제작진과 사인이 맞지 않게 대상 시상자를 호명하자 맥을 끊고 재호명을 요청하면서 면박을 주는 등 대형 시상식의 진행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두 MC의 진행 외에도 이날 연예대상은 전반적으로 산만한 모습이었다. 제작진은 황제성을 비롯한 개그맨들이 시상자들에게 수상자 명단이 든 봉투를 건네는 모습을 블랙코미디처럼 연출하려는 의도를 보였지만 사인이 잘 맞지 않아 마치 방송사고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SBS가요대제전과 겹친 불참자… 아쉬움 2배

 

MBC방송연예대상은 SBS가요대제전과 같은 29일 개최된다. 매년 같은 날 진행된 행사지만 올해는 유난히 아쉬움이 크다.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맹활약한 가수들이 대거 SBS가요대제전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세바퀴’, ‘우리 결혼했어요’, ‘몽땅 내사랑’ 등 MBC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한 2AM조권은 이날 버라이어티 부문 신인상과 베스트커플상 등 2관왕을 차지했지만 수상은 그의 판넬과 2AM동료들이 대신해야만 했다. 바로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SBS가요대제전 MC를 맡았기 때문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인기상을 수상한 씨엔블루 정용화도 마찬가지로 SBS가요대제전의 MC를 맡았기 때문에 이날 씨엔블루의 다른 멤버들이 대리수상했다. 또 인기상을 수상한 슈프림팀 사이먼디는 방송이 지연되자 레드카펫만 참석하고 상은 받지 못한 채 SBS가요대제전에 참석했다.

 

이외에도 ‘세바퀴’의 이휘재는 신혼여행관계로 불참했고 ‘볼수록 애교만점’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변수정과 인기상의 윤종신 모두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아 빈자리를 아쉽게 만들었다.

 

◈정통코미디 실종… 개그맨들은 어디로?

 

MBC는 이날 시상식을 크게 쇼버라이어티 부문, 코미디 부문, MC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했다. 하지만 수상자 명단에 개그맨들은 없었다. 코미디 부문은 ‘몽땅 내사랑’과 ‘볼수록 애교만점’이 휩쓸었다.

 

지난해 신인상을 수상해 시상자로 나선 김경진과 시상자 명단이 든 봉투를 전해주러 나온 황제성만이 이날 볼 수 있었던 개그맨들이었다. 지난해까지는 ‘상 나눠주기’라도 했지만 올해는 '하땅사' 등 개그프로그램이 모두 폐지되면서 상을 나눠줄 명분도 사라졌다.

 

 

개그맨 후배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일까.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유재석은 “‘개그야’를 함께 했던 후배들이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라며 “내년에는 보다 많은 후배들이 이 자리에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코미디 프로그램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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