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29개 시·군 60곳으로 번져… 전국이 ‘공황상태’

구제역 경보 ‘심각’ 격상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도와 강원도, 인천광역시를 거쳐 충청북도까지 확산되면서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구제역 발생 지역은 5개 시·도, 29개 시·군, 60곳으로 늘어났다.

 

경기도는 올해 1월과 4월 발생한 17건의 구제역에 대한 강력한 가축방역 조치로 지난 6월19일 구제역 종식 선언 이후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지난 9월27일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그러나 불과 2개월 만에 안동의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각 지자체의 방역 노력에도 불구 전국으로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구제역은 정부가 아직까지 원인은 물론 전파 경로를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상태여서 차단 방역에 실패할 경우 지금까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잇따른 구제역 파동으로 축산 농가들은 ‘망연자실’ 하고 있으며 확산되지 않은 축산 농가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정부는 구제역 파동을 하루 빨리 종식시킬 수 있는 철저한 방역 대책 수립과 함께 축산물의 안정적인 소비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 정확한 발생 원인 아직도 못 밝혀

 

현재 검역원과 경기도의 역학조사반이 합동으로 역학조사를 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0년과 2002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례의 역학조사 결과에서는 해외여행객의 신발이나 휴대 축산물, 수입건초, 외국인 근로자 등을 통해서 발생국가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묻어 들어온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 인근의 중국과 몽골 등 주변 국가에서 구제역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해외여행객 증가와 외국인 근로자의 지속적인 입국 및 교역 증가 등으로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강도 높게 특별가축방역을 실시하고 있으나 결국 아쉽게도 이번에 안동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구제역은 소·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에서 전파력이 매우 빨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A급 중에서도 가장 악성인 가축전염병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에 22일 동안 15건, 2002년에는 52일 동안 16건이 발생했으며, 올해 초에도 벌써 17건이 발생된 바 있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그동안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한 중부지방에서만 구제역이 발생된 것과는 달리 남부지방인 경상북도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구제역 상재지가 아니므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구제역도 주변 구제역 발생국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돼 발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2000년 첫 발생 시 피해액 1조원 넘어

 

경기도는 지난 4월9일 인천 강화에 구제역 첫 판정일로부터 58일이 지난 6월7일부로 김포지역 위험지역 이동제한 해제와 아울러 그동안 취했던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했다. 해제 대상 농가는 345가구 7만5천마리(위험 34가구 4천마리, 경계 311가구 7만1천마리)였다.

 

도는 당시 구제역 긴급 방역을 위하여 총 84억을 투입해 이동통제초소를 운영하고 소독약 공급 및 소독지원, 장비·인력 동원 등 긴급 방역을 지원했고 구제역으로 기르던 가축을 긴급 강제폐기 처분당한 축산농가에 대해 가축보상금, 생계안정비용 등 약 120억원을 지원했다.

 

축산농가 망연자실

 

경기·인천 구제역 악몽 벗고

‘청정국’ 지위 회복 두 달 만에

무섭게 확산 52만여마리 살처분

 

‘차단방역’이 생명

 

국내방역만으론 차단 역부족

농가 출입통제 한층 강화하고

중국ㆍ일본 등과 공동대책 세워야

 

지난 2000년 구제역 발생 당시에도 생산관련 산업인 사료업체를 비롯해 축산기자재 업체, 동물약품업체 등 후방산업의 피해와 도축장, 유가공업체, 도소매업 등 전방산업에 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양돈생산자는 구제역으로 인해 돼지고기 소비가 25% 감소하는 등 7천431억 피해가 발생했고 한육우 농가들은 6천50억원의 피해를 봤다. 또한 돼지고기와 관련된 도·소매 유통업계는 4천485억원, 한육우 관련 유통업계와 사료업계, 동물약품 등 직간접적 피해가 1조2천214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살처분보상과 오염물 폐기 보상, 방역 및 소독비용 등을 포함한 정부 지출 비용은 1천72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번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민관군이 한마음으로 뭉쳐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백신 접종 실시와 함께 피해 농가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 구제역 청정국가를 위한 대책은

 

이번 구제역 발생을 통해 글로벌 시대 속에 노출된 가축질병에 맞서는 정부의 자세와 방역체계를 재점검하고 향후 질병관리와 예찰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구제역 발생을 막는 것은 차단방역밖에 없다. 국가에서는 국경 검역을, 시·도 및 시·군에서는 국내 방역 및 지역 방역을, 농가에서는 자체 방역을 실시하는 것이 구제역 발생을 막고 조기에 종식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동안 발생한 구제역 방역조치 경험을 돌이켜보면 최초 발생 후 인근 농장으로 확산된 이유의 대부분이 가축 사육농가 방문, 농가들의 모임 등 차단방역을 소홀히 한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축산농가는 구제역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당분간은 매일 축사 내·외부를 철저히 소독하고 우제류 사육농가의 모임 및 농가 방문을 금지하는 한편, 특히 외지에서 방문하는 일반 시민들이 농장 출입을 못하도록 차단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수의검역 기능의 강화로 가축질병 예방·관리체계에 대한 정비와 함께 국가 간 공동방역시스템 구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노력으로 청정지역 회복은 불가능하며 중국, 대만, 일본 등 인접국가의 가축 전염병 발생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공동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식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 소장은 “구제역이 연례행사처럼 발생돼 우리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손상되고 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종합적인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구제역이 이 땅에 침투하지 않도록 세밀한 검역 감시망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ekgib.com

 

EUㆍ일본은 방역 어떻게

 

백신접종 불허했던 유럽 2001년 대란후 ‘허용’ 전환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축산 선진국인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살처분 정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U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처럼 발생 농가와 인근 농장을 대상으로 한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도 발생 농가의 가축만을 살처분하다 결국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살처분으로 전환했다.

 

EU는 유럽연합 수립 이전인 유럽공동체(EEC) 시기인 1985년부터 유럽의회 지침을 통해 구제역 발생지역 반경 3㎞까지를 보호구역, 3~10㎞를 감시구역으로 설정하고 방역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91년 가축에 대한 구제역 백신접종 금지 결정과 발맞춰 발생농장 외에도 역학적인 연관이 있거나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인근 농장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을 통해 발생 지역의 구제역을 박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발생한 영국 구제역 사태로 이러한 정책에 일부 의문이 제기됐다. 영국 정부가 발생지 반경 3㎞ 주변의 우제류 가축을 모두 살처분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이미 2월 발생신고 당시 57농가에 바이러스가 감염돼 살처분만으로 확산을 차단할 수 없었던 것.

 

그 결과 2~9월까지 8개월에 걸친 구제역으로 소·돼지·양 등 400만여마리에 달하는 가축이 살처분을 당했고, 민간·정부의 경제적 손실도 80억파운드에 달했다. 또 영국 외에도 네덜란드·프랑스 등 유럽대륙 국가에까지 구제역이 확산됐다.

 

이러한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EU는 지난 2003년 의회 지침을 일부 개정, 응급적 백신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전환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 등도 이러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3년 마련된 ‘구제역에 관한 특정가축전염병방역지침’에 따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의 가축만을 살처분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대표적인 쇠고기 산지인 마야자키현에서 구제역이 창궐해 이 지역 전체 소·돼지의 20%를 살처분하는 엄청난 피해를 봤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여야의 초당적 협력하에 ‘구제역특별조치법’ 긴급히 만들어 구제역 확대 방지를 위한 예방적 살처분을 가능토록 했다.

 

뒤늦기는 했지만 정부의 긴급 조치와 전폭적 지원, 가축 이동제한과 방역, 행사자제 등의 주민 협조로 미야자키의 구제역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았고 발생 4개월 만인 지난 8월27일 완전 종식됐다.  

 

최원재기자 chwj7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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