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산 공포> 파주·연천·고양 구제역 백신접종 결정
파주·연천·고양지역 축산농가들이 정부의 구제역 백신 접종 결정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입장과 백신 후유증을 우려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23일 연천·파주·고양지역을 포함한 전국 5개 지역을 백신 접종지역으로 정했다.
연천군 한우협회 이형복 회장은 “항체가 어느정도 생기고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잘모르지만 당장 감염돼 살처분돼 씨를 말리는 것보다는 소를 살리는게 급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백신을 놓아 일단 확산을 진정시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고양시 한우협회 유완식 지부장도 “백신을 맞아도 예방률이 85%에 불과하고 수출이 중단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나중 문제로 서둘러 백신접종을 해 불을 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주 통일동산서 1천마리 돼지를 기르는 우종진씨는 “돼지에 백신접종을 했을 경우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해서 돼지는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방침에 따르겠지만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구제역을 막기 위해 돼지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씨는 “살처분 하는 농가가 더 이상 많아지면 이를 회복하는 시점까지도 최소 1~5년이 걸려 축산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구제역 추세를 막는 게 시급하다"고 거듭강조했다.
반면 낙농가를 중심으로 일부 축산농은 백신 후유증과 구제역 바이러스 보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등을 들어 접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축산기반 붕괴우려 씨말리는 것보단 살리는게 급해
“접종비용 등 고려 차라리 살처분이 더 나을 수도”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에서 젖소농장을 하는 이건섭씨는 “백신을 맞힐 경우 바이러스균이 남아 우유생산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이다”며 “학자들이 외국의 실례를 들어 젖소에도 백신을 해 우유생산에 지장이 없다면 맞히겠다”고 말했다.
파주시 한우협회 황인식 지부장은 “백신접종을 하면 구제역을 조기종식시키고 매몰처리, 방역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살처분보다 높을 것 같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백신접종을 하고 나면 접종 소를 따로 관리해야 하는데 그 비용과 유·사산 및 돌연변이 발생, 성장 둔화와 같은 백신 부작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살처분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축산농들은 백신접종이 결정됐으니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정부의 후속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북부취재본부=김동일기자 53520@ekgib.com
구제역 궁금증 문답
-백신을 접종하는 이유는.
구제역이 3개 시·도로 확산되면서 구제역을 조기에 끝내고, 구제역 발생으로 이미 상실한 청정국 지위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다.
-백신 접종과 매몰 처분의 비용 차이는.
지금까지 매몰처분에 따른 직접적 비용은 4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백신 접종은 소 10만마리당 약 8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접종 한 고기를 먹어도 되나.
구제역은 가축에만 발생하며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구제역 백신은 바이러스를 죽인 백신(사독백신)인 만큼 가축에 접종하더라도 체내에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접종으로 구제역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하는 것인 만큼 오히려 축산업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예방접종 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리나.
마지막 접종뒤 6개월 이후부터 지위회복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예방접종으로 축산물을 수출할 수 없어 발생하는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쇠고기 수출액은 37만3천달러(약 4억원), 돼지고기 수출액은 159만6천달러(약 16억원) 정도다. 수출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구제역 사태로 중국산이나 베트남산 등 값싼 고기들의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던데.
국가간 축산물 교역은 구제역 뿐만 아니라 수출국 위생실태 등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됐더라도 무조건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을 사용했다가 실패한 적도 있다던데.
대만은 지난 97년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발생하자 백신을 접종했다. 이후 2001년에 구제역이 발생했으나 2004년에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하지만 2009년에 구제역이 재발해 지위를 잃었다.
-예방접종을 왜 소에만 하는가.
소가 돼지보다 감염 전파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강해인기자 higang@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