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이 키웠는데… 1년도 안돼 또 날벼락” 망연자실

<구제역 공포 확산>  포천 축산농가는 지금…

“구제역에서 벗어난 지 1년도 채 안됐는데…어찌 살라고” 22일 오후 포천시 일동면 사직3리에 소와 돼지를 키우는 S씨는 11개월여 만에 또 다시 구제역이 발생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담배 연기만 연신 내뿜었다.

 

S씨는 이날 식욕저하 및 침흘림, 코에 짓무름 현상이 생긴 소가 구제역 확정판정을 받자 한우 32두, 돼지 650두, 산란계 3만수 등 기르던 가축을 모두 살처분하며 도저히 믿지 못하겠는 듯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S씨 농장 바로 옆에서 돼지 1천100여두를 키우는 K농가도 상황을 마찬가지.

 

출하를 앞둔 사육돼지 500여두를 매몰할 처지인 K씨는 돼지를 바라보며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특히 이 농장은 법인업체로 모돈과 이유돈, 출하돈을 키우는 3원 농장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나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여타 농장과 연계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 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구제역 발생 농가와 3㎞ 사정거리 안에 농장이 위치해 있어 직원들이 이동제한을 받으면서 농장 운영이 마비된 상태이다.

 

구제역 판정에 가축 모두 살처분·이동제한 농장운영 마비

 

“수억원대 빚더미만… 이젠 어떻게 살라고” 농심들 허탈

 

K씨는 “오늘 운전을 하던 중 구제역 확정 소식을 듣고 먹은 것을 모두 토해냈다”며 “지금 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고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S씨와 200m 거리에서 한우 120두를 사육 중인 L씨도 자식같은 소를 모두 살처분해야 할 처지이다.

 

총각시절부터 25년 동안 소만 길러와 4가족이 먹고 살았다는 L씨는 알토란 같은 번식우와 비육우, 그리고 임신소만 50여두에 이르는 등 안정적으로 농장을 운영해오다 구제역이란 날벼락을 맞았다.

 

L씨는 “시설, 사료, 한우값 등 피해액이 5억원에 이르고 농·축협의 대출융자금만 3억원이 넘는다”며 애꿎은 담배만 연신 빼물었다.

 

한편 포천시는 돼지 191농가 23만4천585마리, 한우 602농가 1만6천637마리, 젖소 271농가 1만7천10마리 등 모두 1천167농가에서 우제류 가축 27만111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경기북부의 대표적 축산도시이지만 불과 11개월전인 지난 1월17일 구제역이 발생해 우제류 가축 5천416마리를 살처분했다.

 

포천=김주린기자 joo@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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